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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좋은 전시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 기본정보 및 후기

일상의 정보

by 차미박 2023. 10. 4.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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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


기간: 2023.09.22(금)-11.05(일)
장소: 대구문화예술회관, 동대구역 광장, 대구예술발전소, 경북대학교 및 시내전역
*메인 전시는 대구문화예술 회관에서 진행한다고 보면 되고 부대전시 및 행사는 그 외의 장소에서 진행된다.
관람료: 무료

주제전
주제: 사진의 영원한 힘
대구문화예술회관 전시실 1-10
10:00~19:00, 월요일 휴관

특별전
주제: 사진의 돌발-과거와 현재
대구문화예술회관 전시실 11

초대전시
주제: 대구, 사진 힘의 발원지
대구문화예술회관 13 전시실

위에 3가지 전시는 모두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되는 전시들이다.
주제가 나눠져있긴 하지만 가면 자연스럽게 한 흐름으로 이어서 볼 수 있다.

도슨트해설
화요일-일요일
🕖11AM
🕖3PM
약 45분 소요

하루에 두타임으로 도슨트는 진행되고 도슨트를 듣고 싶으면 로비 앞 데스크 앞에 시간 맞춰서 서있으면 된다. 중간에 이탈하거나 자유롭게 합류해도 되니 둘러보다가 도슨트를 진행하고 있으면 옆에 가서 슬쩍 가서 들어도 된다.

나는 이번에 처음으로 도슨트를 들으면서 관람했는데 역시 적혀있지 않은 스토리나 숨겨진 스토리를 같이 들으니까 사진이 더 생생하게 와닿고 재밌었다. 시간관계상 한 방당 2-3개 정도의 작품만 설명하고 넘어가서 아쉬웠다. (보통 한방에 7-10개 정도의 작품이 있다) 아쉬웠지만 그래도 끝나고 다시 둘러볼 수 있어서 나는 한번 더 둘러봤다.


도슨트 해설중. 처음에는 몇사람 없다가 점점 피리부는 사나이처럼 사람들이 늘어난다.



이외에 추가 정보를 얻고 싶다면 대구사진비엔날레 공식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http://www.daeguphoto.com/2023/content/introduce/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

냉혹한 장치가 자신의 힘을 한껏 발휘해 만든 이미지는 얼마나 환상적일까?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는 회화, 언어 등 다른 매체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오직 사진만이 표현할 수 있는 ‘사진적

www.daeguphoto.com


나는 대구문화예술회관에 다녀왔고 주제 전은 총 10가지 주제로 섹션이 나누어져 있다.



Gallery 1. 지금, 여기(대주제) - 증언의 힘(소주제)
Gallery 2. 폭발하는 빛 - 빛의 힘
Gallery 3. 멈춘 시간 - 순간 포착의 힘
Gallery 4. 지속의 시간 - 지속의 힘
Gallery 5. 비포 애프터 - 비교의 힘
Gallery 6. 시점 - 시점의 힘
Gallery 7. 클로즈업 - 확대의 힘
Gallery 8. 미장센 - 연출의 힘
Gallery 9. 변형 - 변형의 힘
Gallery 10. 정면 - 관계의 힘




개인적으로는 이번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전시가 너무 좋았었다. 좋았던 이유를 하나씩 말해보겠다.

#사진 자체에 집중하는 전시


전시소개나 전시관 입구에 설치된 스크린에서 나오는 총감독님의 인터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번 전시는 사진 자체에 집중하는 전시다. 사진전시는 모두 사진에 집중한 전시 아니냐고 하겠지만 요즘엔 대부분은 사회적, 정치적, 환경적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 사진을 도구로서 쓰는 경우가 많다. 또는 유명사진가 한 사람을 주제로 그의 예술세계를 보여주는 도구로 쓰이거나.

위에 소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번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이런 것들에서 벗어나 사진매체 자체에 집중한다. 그렇다고 저런 사회적 문제가 배제될까? 아니다. 매체에 집중하면서도 이런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사회적 문제에 집중하면서도 사진매체의 특징을 드러내는 것처럼.


#관람자에 대한 배려가 돋보이는 전시


전시장을 많이 다녀 본 사람들은 전시나 작품 설명을 아무리 봐도 단어나 문장이 어려워서 이해가 안 된 적이 있을 것이다. 작가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도 모르겠고 구분되어 있는 전시관의 경계도 모호하기도 하고. 이런 면에서 이번 대구사진비엔날레는 굉장히 쉽게 작품소개를 풀어놓았다.

각 사진별로 작가의 소개와 작품이 만들어진 배경, 사진적 기술 등 알아보기 쉬운 문장들로, 그리고 꽤 가독성이 좋은 크기로 구성해 두었다. 가끔 전시장에 가면 글자가 너무 작아서 가까이 가야지만 보이고 또 나이가 드신 분들은 보시기 힘들 정도가 되는데 이번 비엔날레는 글자가 커서 읽기 편해서 좋았다. (도슨트 해설을 듣는 어르신분들도 많았다.)


작품설명이 꽤 큰 사이즈로, 알기쉬운 문장들로 적혀져 있다.


#사색하며 천천히 관람할 수 있는 전시


우리가 간 날이 휴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이 없었다. 아무래도 지방에 있는 전시관이고 또 시내도 아닌 약간 변두리에 있다 보니 찾아오는 게 아니면 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 듯했다. 덕분에 조용하게 좋은 작품은 한참 서서보고 생각도 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서울에 인기 있는 전시장을 생각하면 거의 사람들에게 떠밀리듯이 걸어 다니게 되고 여기저기서 사진 찍는 소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 좋은 작품에 오래 서서 보기 힘든데, 여기서는 그게 가능해서 음미하는 기분으로 볼 수 있었다. 전시관람의 밀도가 높았었다고 할까. 만족스러웠다.


#멋진 자연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아래 지도에서 볼수 있듯이 성당못 바로 뒤에있다.



동성로에서 버스를 타니 성당못 앞에 내려줬는데 대구 문화예술화관으로 가려면 성당못쪽을 가로질러 가야 했다. 근데 여기 풍경이 기가 막히다. 넓은 못에는 연꽃이 가득 피어있고 작은 정자로 향하는 돌다리가 있다. 돌다리까지는 올라갈 수 있는데 정자료 향하는 곳에는 문이 닫혀있어서 들어가지는 못한다. 하지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들어갈 때도 좋았지만 5시쯤 나왔는데 붉은 노을이 지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하지만 사진은 못 찍었다.)




아름다운 수성못


이상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좋았던 네 가지 이유였다. 만약 대구를 여행할 예정이거나 대구에 살고 있다면 꼭 이 전시를 가보길 바란다.




아래로는 좋았던 작품들을 찍은 사진과 간단한 코멘트이다. 개인적인 기록을 하기 위해 적는 것이니, 갈 예정에 있어나 단지 정보를 얻으러 온 것이면 굳이 볼 필요는 없다!

1. 정지필 작가 <엄마>



이건 제목이 충격 포인트다. 번식을 위해 피를 찾으려고 하는 암컷 모기를 <엄마>라고 말한다.
예술작품은 새로운 시선, 관람자에게 새로운 충격을 주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한다.
이미지 자체가 충격이기도 했고 그 이미지를 만들어낸 주제와 작가의 생각이 정말 신선했다.
단순히 ‘좋았다’가 아닌 ‘충격이었다’란 말이 더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2. 장용근 <37.5>



익숙한 이미지다. 우리가 코로나 시대 때 숱하게 보았던. 이 작품이 좋았던 이유는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치 유화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익숙하게 봐왔던 이미지를 예술로  만든 작가. 멋있다.




3. 킹가 브로나 <85>



카나리아 제도에 화산폭발이 일어난 후 대피 간 주민들이 남기고 간 흔적을 담은 사진.
이번 전시 소개 중에 사진이 다른 예술과 다른 특성 중에 <증언의 힘>이 있다는 말이 참 좋았다.
이사진은 <증언의 힘>이라는 단어와 잘 어울리는 사진이다.


5. 포이천



이것 또한 자연이 남기고 간 상처를 증언하는 힘으로서의 사진.


6. 프란체스토 쥬스티



이것도 내가 너무 좋았던 작품들 중 하나. 난민들이  국경을 넘어갈 때 유일한 소지품에 자신인 것임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표식으로 증명사진을 붙여놓은 모습들을 찍은 사진.
”사진이 분실되면 자기 자신도 분실될 것만 같이 느꼈던.. “이라고 표현해 주신 큐레이터님의 이야기도 좋았다. 사진자체에서 슬픔과 처절함과 간절함이 느껴지는 예술작품.




7. 플로리안 드 라쎄



일단 익살 스러운 맨 처음 사진의 남자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저 짐가방 안에는 저 남성의 어떤 가장 소중한 것이 있었을까?


8. 테리 와이펜박 <새>



역시 내가 좋아하는 건 자연, 평화로움이구나.. 라는걸 느끼게 해 준 작품, 보기만 해도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9. 섀넌 태거트 <초상>



이 이미지 너무 좋다. 너무 멋있다.




이 이미지도 너무 멋지다. 왜 좋은지 설명할 순 없지만 그냥 좋은 느낌.


9. 피포 응우옌-두이



뭔가 암시하듯이 커튼사이로, 그 너머로 보이는 모습들이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좋다.


10. 이리나 웨르닝 <백 투 더 퓨처>



진짜 똑같은 장소에서 찍은 것도 있고, 만약 그 장소가 사라졌으면 세트장을 만들어서 찍은 것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옷이나 소품도 직접 구하고 없으면 만들었다고 하니 엄청난 노력이다.




이사진에는 스토리가 있는데, 저 두 사람 뒤쪽으로 과거사진에는 쌍둥이 빌딩이 있고, 그 후에는 쌍둥이 빌딩이 없다. 단지 두 개의 사진이지만 사회적 문제를 보여주기도 한다.


11. 바바라 아이웬스



아침 7시와 저녁 7시에 같은 사람을 찍어 그 차이를 보여주던 사진. 아침 7시는 <어떤 보호막도 쓰지 않은 시간>이라는 표현과, 저녁 7시는 <개인의 통제력이 살아나는 시간>이라고 표현한 점이 좋았다. 그리고 확실히 뭔가 눈빛이나 분위기들이 달라지는 점이, 그러면서 개개인의 특징과 개성이 잘 드러나는 점이 좋았다.




12. 롱후이 천



이 사진들도 좋았다. 굉장히 사적인데 그 내추럴함이 좋았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이런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마지막 이사진은 알브레히트 튑케의 사진. 그냥 뭔가 계속 인상 깊어서 보게 되는 사진이었다.




이제 모든 대구사진비엔날레 후기를 끝냈다. 많이 기대하지 않았지만 예상외로 인상 깊었던 전시를 보게 되어서 행복했다. 역시 예술이 주는 힘은 특별하다.
아마 내년에도 대구사진비엔날레를 하면 방문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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