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당신에게도 후회되는 과거의 선택이 있나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감상평 (영화 기본정보)

영화 주관적인 리뷰

by 차미박 2023. 3. 11. 18:31

본문

반응형

‘당신에게도 후회되는 과거의 선택이 있나요?’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며칠간 가족에게, 친한 친구들에게, 직장동료에게 이 질문을 던졌다. 신기하게도 단 한 명도 망설이지 않고 기다렸다는 듯이 그런 순간들을 말했다. 우리는 적어도 한 가지쯤 과거에 하지 못한 선택에 대한 생각 또는 후회를 가지고 사는 것 같다.

나의 경우에는 ‘공대를 갔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인데 나는 어렸을 때 집안에 가전제품이 고장이 나기만 하면 그렇게 분해해서 내가 고치려고 했었다고 한다. 기계를 만지고 분해해서 해결책을 찾아내는 과정을 좋아했었다. 하지만 해결한 적은 거의 없었고 오히려 더 손 쓸 수 없이 고장내기만 했다. 지금에서 생각해 보면 그게 나의 관심사였고 즉 재능이었던 것 같다. 여하튼 그땐 나도 몰랐고 우리 아빠도 몰랐다. 그래서 모든 걸 분해하고 부수어버리는(적어도 그렇게 보이는) 나를 보고 매일 혼을 내며 말했다. ‘너는 손만 대면 다 고장 내는 아이’라고, ‘너의 손에 들어가는 건 모두 고장이 난다’고 말이다. 나는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내 손에만 들어오면 다 고장 내버리고 말 거야’.  나는 점점 기계를 멀리했고 중고등학교땐 과학과 수학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지냈다. 지금은 기계와는 영 관계없는 일을 하고 있고 지금의 상황이 불만족스럽다면 그때의 선택을 후회했거나, 그렇게 말한 아빠를 원망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웃으면서 이 이야기를 지금도 가끔 아빠와 나눈다. 아빠는 딸의 꿈을 짓밟았다며 미안해하는 눈치지만 나는 전혀 아니라며 손사례를 친다. 기계에 관심이 많았지만 막상 공부를 하니 적성에 안 맞았을 수도 있고 또는 성공을 했더라도 사업을 하다가 만난 사람에게 사기를 당했을 수도 있고 같은 대학에 가서 같은 과 남자를 잘못 만나 마음고생으로 인생을 망쳐버렸을 수도 있다.

내 이야기로 서론이 길었지만 에브리웨어 에브리씽 올앳원스는 이런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다.


# 한 사람의 단점은 곧 그 사람의 장점일 수 있다.


에블린의 남편 웨이먼드 왕(키호이칸)은 처음부터 우유부단하고 유약한 성격으로 나온다. 억세고 거친 에블린과 대조되어 늘 에블린에게 치이고 혼나고 구박만 받는다. 그렇게 못 미더운 남편이지만 에블린이 어려울 때, 갈등을 겪고 있을 때마다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문제를 봉합한다.

가끔 장점은 단점의 다른 말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평소에도 우리는 이런 경험을 자주 한다. 속이 좁고 예민해 보였던 친구가 남다른 세심함으로 내가 힘들 때를 알아차리고 위로가 되어줄 때가 있고 처음엔 시원시원하고 쿨 해 보여 좋았던 친구가 시간이 지나 그 장점 때문에 툭툭 튀어나오는 무심한 태도 때문에 상처입기도 한다.

에블린도 젊은 시절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웨이먼드 왕을 선택했을 땐 그의 그런 성품을 좋아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장점이 단점이 되었을 것이고, 그 단점이 또 중요한 순간에 에블린을 각성시키며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게 해 준 장점이 되기도 한다.

깨달음을 얻고 제3의 눈을 얻는 에블린



# 처음부터 몰아치는 긴장감


영화는 처음부터 정신없이 시작된다. 이 영화는 갈등이 점점 고조되어 마지막에 풀리는 게 아니라 맨 처음부터 갈등을 최고조로 보여주고 점차적으로 풀리는 방식을 사용한다. 2시간 30분의 러닝타임동안 계속해서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를 끌고 가지만 나에게 어디가 가장 클라이맥스였냐고 물어본다면, 가장 첫 장면이라고 말할 것이다.


#메서드 연기를 보여준 디어드리 보베어드라(국세청 조사관) 역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캐릭터는 독특하게 주연이 아닌 조연급인 국세청 조사관역의 디어드리 보베어드라였다. 그 이유는 배우와 캐릭터가 분리되지 않는 완벽하게 하나가 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어디서 본 것 같은 국세청 조사관의 표정, 몸짓, 걸음걸이 하나 빠짐없이 잘 소화해서 어디선가 숨 쉬고 있을 것 같은 캐릭터였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입고 나오는 머스터드 옷의 배색이며 오래 앉아 튀어나온듯한 배와, 백색 단발의 짧은 머리까지. 그녀의 원래 모습이 상상가지 않았다.



실제 디어드리의 역할을 맡은 제이미 리 커티스


# 나의 가장 워스트버전은 무엇일까?


주인공인 에블린은 다중우주 속에서 가능한 에블린 중 가장 워스트 버전이다. 즉 모든 선택에서 최악의 선택들로 이루어진 에블린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에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에블린으로 선택된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멀티버스 속 나의 워스트 버전은 어떤 모습일지를 상상해 본다. 지나온 많은 선택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가장 무서운 생각은 어쩌면 지금이 가장 워스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만약 가장 워스트버전이라는 걸 알았다고 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저 지금의 우주에서 최선을 다하고 사랑하고 사는 수밖에.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기본정보

•개봉일: 2023.03.01.
•러닝타임: 150분
•감독: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출연진: 양자경, 스테파니 수, 키 호이 콴, 제이미 리커티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