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 분갈이용으로 흙을 구매했다. 식물을 분갈이한 후 흙이 조금 남았었고 어떻게 보관할까 고민을 하다가 옷을 구매할 때 함께 온 지퍼백 봉투를 재활용하기로 했다. 그 지퍼백에 남은 흙을 넣었고 지퍼백을 보니 바람이 통하라고 아래에 구멍이 뚫려있어서 흙이 세서 바닥이 더러워질 것 같아 테이프를 붙여 꽁꽁 싸매서 보관했다. (여기서부터 재앙의 시작이었던 듯..)
그 상태로 길었던 장마가 지났고 여름이 지나 선선해졌었던 저번주, 청소를 하다가 구석에 있던 흙을 발견했고 봉투 안에 심상치 않은 습기가 가득 차 있는 걸 발견했다. ‘흙이 숨을 쉬어서 그런가~’라는 마음 편한 생각으로 지퍼백을 들었는데.. 뭔가 쎄 한 거다. 그래서 지퍼백을 열어보니... 보고 싶지 않은 광경을 마주했다.
---------- 아래에 혐오사진 주의-----------
1차 싸함을 느낀다..
빼꼼 보이는데 예사롭지 않다..
오 마이갓. 흙 표면을 하얀색 곰팡이가 다 덮고 있다.... 뇌정지가 왔다. 잠시 지퍼백을 닫았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흙에 곰팡이 폈을 때>를 검색했다.
검색해 보니 나오는 사진들은 보통 화분 위에 조그맣게 핀 곰팡이를 없애는 방법이었고, 곰팡이 쓴 부분을 파서 버리고 더 퍼지지 않도록 베이킹소다를 물에 섞어 뿌리고 계핏가루를 뿌리라는 식의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보다시피 덜어낼 수 있는 양의 흙이 아니었고 당장에 집에 베이킹소다나 계피 가루도 없었다.
한참 생각하다가 결국 클래식한 방식으로 가기로 했다. 곰팡이의 기본 원리에 대해 생각해 보자.
곰팡이는 통풍이 안되고 습한 환경에서 생겨난다. 반대로 말하면 통풍이 잘되고 건조한 환경에서는 사라진다. 봉투 안에 있는 흙을 꺼내서 평평하게 펴서 말리면 더 좋았겠지만... 도저히 그럴 용기가 안 생겼고 그냥 저 봉지채로 말려두기로 한다.
일단 열어서 좀 흙을 뒤집어 주었다. 다행히 표면 이외에 안쪽의 흙들은 괜찮았다.
그리고 초반에서 말했듯이 과거의 내가 흙이 흐를까 봐 통풍구멍을 막았던 게 재앙의 시작이라고 했었다. 생각해 보면 흙을 구매할 때 흙포장 봉지를 보면 구멍이 뚫려있다. 예전엔 ‘왜 굳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구멍으로 흙이 흘러서 불편하기 때문) 통풍이 돼서 흙에 곰팡이가 생기지 말라고 해둔 것이었다. 역시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는 법. 나도 손가락으로 구멍을 3개 정도 뽕뽕 뚫어줬다.
위에 사진이 햇빛 & 통풍이 잘 되게 해 두고 하루정도 둔 것. 흙을 한번 뒤집었던 것도 있지만 확실히 습기가 사라지자 곰팡이가 많이 줄어든 듯하다.
그럼 이제 두 번의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올바르게 흙을 보관하는 방법에 대하여 알아보자.
1. 분갈이를 하고 남은 흙을 봉지에 넣어 밀봉해 준다.
2. 통풍이 잘 되도록 봉지에 구멍을 뚫어준다. 이때 흙이 많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너무 크지 않게 적절히 뚫어준다.
3. 서늘하고 그늘진 곳에 보관한다.
이상으로 흙에 핀 곰팡이 제거 방법과, 더 나아가 올바르게 흙을 보관하는 방법까지 알아보았다. 다들 흙을 올바르게 보관해서 나와 같이 안 좋은 꼴을 보진 않았으면 좋겠다.
+추가
이 글을 보고 나보다 더 곰팡이에 대해 잘 아는 분들이 답글을 달아 주셨다...!
나보다 더 전문가이신 분들이 답글을 달아주셔서 본문에 첨부한다. 내 글을 본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를 얻고 가면 안 되니까.
곰팡이가 생긴 흙은 햇빛에 말린다고 죽는 게 아니라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포자는 계속 살아있고 다시 환경이 습해지면 나온다고 한다. 보통 벽지나 타일에 곰팡이가 생기면 곰팡이 제거제를 사용해서 제거하는데, 흙에는 아무래도 화학 약품을 쓰면 안 좋고 또 그 흙에서 식물을 키우면 식물에게도 안 좋은 영향이 갈 수 있다. 때문에 곰팡이가 생긴 흙은 버리는 게 가장 좋다. 나도 댓글 본 후로 바로 버렸고 집도 환기 시켰다. 곰팡이에 대해 잘 몰랐었는데 이번기회로 잘 알게 되었고 더더욱 한 번이라도 생기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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