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돈’이라고 하면 일단 미간부터 찌푸리던 사람이었다. 애매한 예술가와 철학가 마인드로 똘똘 뭉쳐있어서 ‘행복하려면 돈을 벌어야 해’라는 말을 들으면 ‘인생이란 말이야.. 자고로 돈보다 중요한 게 많단다..’라는 운을 떼며 이야기하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그게 틀리다고는 생각하진 않는다. 그저 내 안의 그 생각이 차지하는 공간이 좁아졌을 뿐이다. 이 공간은 앞으로도 넓어졌다 좁아졌다를 반복할 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시작은, 내가 10년 넘게 꿔왔던 꿈을 이루는데 ‘돈’이 큰 걸림돌이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인생은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며 살아가는 것인데 나의 꿈을 오직 ‘돈’ 때문에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가 자주 하던 말로 ‘돈이 행복하게 만들어 주지는 않지만, 돈이 없이는 행복하기 힘들다’라는 말이 있었다. 일단 그 말을 꺼내면 부녀의 전쟁은 시작되었다. 나는 돈이 없어도 행복하게 사는 갖가지 사례를 들며 얼굴이 시뻘게지며 열변을 토했다. 열변을 토해서 시뻘게진 딸의 얼굴을 보고 수긍해서 그런지 아니면 그냥 세상을 모르는 애송이 취급을 하며 무시해 버린 건지 아빠는 그 이상의 말을 줄이곤 했다. 하지만 돈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그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걸 보면 아마 후자에 가깝지 않을까 추측한다. 이제야 나는 아빠가 말한대로 돈이 없이는 내가 원하는 행복을 가지 못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두려운 마음이 들었고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는 ‘태어난 김에 기왕이면 인간으로서 경험해 볼 수 있는 건 다 경험해 보고 살자’라는 주의다. 같은 맥락으로 세상에 거지와 부자가 있으면 한 가지로 사는 것보다 둘다로 살아보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기왕이면 거지먼저. 부자였다가 거지가 되면 더 슬프니까. 지금까지 내 상황을 굳이 둘 중에 고르라면 부자는 아닌 것 같으니 거지 쪽에 가깝겠다. 그렇다면 나는 태어난 김에 부자의 삶도 살아보고 싶다.(적고 보니 개똥철학같이 들린다.)
위에 말했던 내가 10년 넘게 가지고 있었던 꿈은 영국의 영국왕립예술학교 (Royal college of art school, RCA)에 가서 디자인 석사 공부를 하는 것이었다. 돈을 많이 벌면, 언젠간, 언젠간..이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미뤄왔지만 더 이상 미루면 이젠 아예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이것저것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던 와중 최근에 유튜버 <연국의 내일>이라는 분의 유튜브 채널을 보았다. 39살에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Central Saint Martines)으로 유학을 가서 영국 유학의 다양한 정보나 영국 생활에 대한 영상을 업로드하는 분이다. 그분의 콘텐츠 중에는 영국, 특히 런던의 물가를 생생하게 전달해 주는데 런던의 집세를 듣고 정말 까무러치게 놀랐다. 우리나라의 고시원? 같이 방하나에 침대 하나 있는 방의 월세가 200만 원이 넘는다고 한다. 런던 중심에 가까울수록 집은 더 비싸지고 근교로 나갈수록 조금은 더 저렴해지는데 아무리 근교라도 그냥 잠잘만하고 살만한 원룸에 살려면 대략 180-220 만원 정도는 생각해야 한다고 한다. 진짜 충격적인 집세였다.. 그리고 영국인 보증인이 없으면 이 월세 1년 치를 한 번에 내야 한다고 하는데 대강 한 달에 200만 원이라고 쳐도 1년이면 2400만 원이 그냥 일시불로 집세로 나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사실 유학 가기 전에 1년 치 학비만 벌어서 들고 가면 어찌어찌 해결되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이었는데 , (사실 영국 학비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걸로 악명 높다. RCA의 학비는 일 년에 거의 5000만 원이다) 어찌어찌는 커녕 학교 등록만 하고 영국 노숙자 쉼터에서 생활해야 할 판이었다. 그냥 대충 머리로 계산만 해도 학비내고 집세내고 이리저리 생활비를 하고 나면 1년에 1억은 있어야 하고, 가는 건 둘째치고 가기 전에 유학 준비를 하고 학원을 다닌다고 치면 적으면 몇백 많으면 몇천이 들 텐데, 내가 지금 버는 돈으로는 안 먹고 안 쓰고 3년을 모으기만 해도 모자라다. (안 먹고 안 쓰는 게 가능할 리도 없다.) 이런 생각들이 머리를 채웠고 불안해졌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우선 집에 있는 경제서적들을 잡히는 대로 읽었다.
맨 처음엔 경제서적의 스테디셀러인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를 읽었다. 과연 왜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베스트셀러인지를 알 수 있었다. 내가 돈을 왜 못 벌고 못 모으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다음 <돈의 감정>이라는 책을 읽었다. 돈에 대해 내가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바꿔야 했다. 감정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월급 이외에 흔히들 파이프라인이라고 부르는 추가로 수입이 들어올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게 중요했다. 내 월급은 내 경력에 비해 많이 적지만 나는 내 일과 동료들이 좋다. 회사를 옮길 생각은 당분간은 없었다. 월급이 오르기 힘들다면 월급 이외에 돈이 들어올 곳을 찾아야 했다. 월급으로만 생활하다 보니 돈을 받고 그걸 소비하는걸 패턴을 반복했다. 로버트 기요사키가 말한 가난한 사람들이 돈을 활용하는 방식이었다. 이걸 탈피해야 했다.
일에 지장이 가지 않으면서 무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블로그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경제책으로 가득한 우리 언니의 책장을 보던 중 ‘나는 자는 동안에 돈을 번다’라는 솔깃한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책 제목이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에서 나온 내가 돈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돈이 나를 위해 일하게 하라 라는 말과 맞닿아 있어 보였다. 책을 읽기 시작했고 나는 바로 실천에 옮겼다. 티스토리를 개설하고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블로그는 요즘 다들 쉽게 생각하는 부업이기도 하고 흔히 접할 수 있어서 만만하게 보았는데 이 책을 보니 생각보다 쉽지는 않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뭐든 해봐야 뭐가 나에게 잘 맞는 건지 알 수 있고,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으니 그냥 일단 해보기로 했다. 처음엔 글 5개 정도만 쓰고 애드센스 승인받아야지!라고 생각했지만 50개 정도 글을 써야 애드승인을 받을 수 있다는 소리를 듣곤 역시 돈 버는 건 쉽지 않군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글 쓰는 걸 좋아하고 소재가 계속 퐁퐁 솟아나는 걸 보니 블로그 체질인가 싶다.
나의 처음 목표는 3달 안에, 즉 2023년 4월 21일에 (애드센스 정산일이 21일이라고 한다) 200만 원을 버는 것이다.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200만 원을 버는 게 무모해 보일지라도 목표를 크게 잡아야 그 근처라도 갈 수 있을 것 같다.
이상 내가 경제적 자유를 이루기로 시작한 배경을 장황하게 말했다. 이 글을 많이 보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정보전달을 위한 글이 인기 있는 티스토리의 특성상 노출이 많이 될 리도 없고, 정보를 원하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을 리도 없다. 그냥 나 스스로의 다짐이고 초심 같은 거다. 초심을 잃은 것 같을 때 한 번씩 들어와 볼 예정이다. 그리고 혹시나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 이제 변화하려고 시작한 사람들이 이 글을 본다면 혼자가 아니라고, 같이 해보자고 으샤으샤하면서 함께 동지의식을 가지고 나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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