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요시모토 바나나
어떤 책에서 <안녕 시모키타자와>라는 소설을 언급하는 부분을 읽고는 이 책이 궁금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은 그 책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안녕 시모키타자와>라는 책의 이름만은 잘 기억하고 있다가 우연히 도서관 책장을 지나가다 눈에 띈 이름에 걸음을 멈추고 뽑아 빌려 읽게 되었다.
<안녕 시모키타자와>는 다른 여자와 동반 자살(자살이라기 보다는 일방적 살해에 가깝지만)로 인해 아빠를 잃고 난 후 두 모녀가 그 고통과 아픔을 치유하고 이겨내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딸인 '요시에'이고 그녀는 아빠를 잃고, 태어난 후 줄곳 살던 메구로 집을 나와 시모키타자와에 나와 자취를 시작한다.
이 책의 주요 배경은 시모키타자와라는 실제 일본 도쿄의 지역이 배경이다. 시모키타자와는 아빠이자 남편을 잃고 깊은 심연에 빠져있었던 모녀를 치유해 주자 회복시켜 주는 공간으로 나온다. 나는 시모키타자와라는 지역의 이름을 처음 들어봤다. 처음에 이 책에서 보았을 땐 가상의 동네인 줄 알았으나, 도쿄 안에 있는 지역의 실제 이름이었다.
시모자키타와는 도쿄 안에 있는 지역 이름으로 빈티지 의류 매장, 책방, 음악 상점, 개성적인 카페와 바가 있는 보헤미안 지역이라고 한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서 주인공이 오래된 카세트테이프를 사러 들리는 지역도 바로 이 시모키타자와라고.
도쿄의 유명한 도쿄 타워에서도 대중교통으로 20-3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책을 보면 꼭 한번 시모키타자와에 가보고 싶다. 이 책에 나오는 음식점, 바, 찻집들도 실제로 시모키타자와에 있는 장소라고 한다. 그것에 관련된 내용은 아래 기사에 잘 나와있으니 궁금하면 읽어보길 바란다.
이 책의 작가인 요시모토 바나나는 우리나라에서도 꽤 유명한 일본 작가중에 한 명이다.
본명: 요시모토 마호코
출생: 1964년 7월 24일 (60세)
도쿄도 분쿄구
요시모토 바나나의 대표작품으로는 키친이 있다. 키친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안녕 시모키타자와를 읽고 책이 꽤 좋아서 바로 읽어보기 위해 도서관에서 빌렸다. 다 읽고 또 리뷰를 쓰겠다.
책 초반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을 누군가가 언어로 분명히 말해주면 이렇듯 마음이 편안해진다. -10p
주인공 요시에가 어떤 영화를 보고 느끼는 감상을 말하는 부분이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이 문장과도 같은 감정을 느낀다.
아버지를 잃는 경험. 그것도 낯선 여자와의 동반자살. 그런경험은 분명 흔하지 않다. 하지만 그 속에서 요시에와 엄마가 느끼는 감정들. 상실감, 슬픔, 분노, 답답함을 우리는 공감하게 된다. 경험은 개인적일지 몰라도 감정은 보편적이다.
비릿하고 캄캄하고 깊은 어둠에 갇혀있는 것 같았다. 그곳에서는 내 몸속에 있는 모진 힘만이 의지를 지녔고, 아름답고 경쾌한 것은 아무런 존재가치가 없었다. -11p
나는 길을 걷고 있다는 점에서는 다른 사람과 아무 차이 없는 것처럼 태연해 보이는 자신이 신기했다. 속은 이렇게 엉망진창인데 쇼윈도에 비친 내 겉모습은 예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15p
어떤 고통스러운 일을 겪고나면 그전엔 좋고 기쁘고 가치 있었던 것들의 색이 모두 빠져나가고 회색의 딱딱한 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고통이 너무 커져서 모든 것이 색을 잃는 기분. 그런 고통을 바나나는 위와 같은 문장들로 표현했다.
사소한 실수라도 내 안에 남은 앙금을 그냥 내버려두면 오래 지나지 않아 자신에게 틀림없이 되돌아온다는 것을 나는 배워가고 있었다. -53p
요시에가 레 리앙에서 일을 하며 깨닫는 문장이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대충하게되면 그 감각은 우리 안에 오래 남는다. 모든 일에 마음을 쓰고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그렇다. 사소한 앙금을 풀지 않고 내버려 두면 나중이 이 앙금이 커지고 결국 나쁘게 돌아오게 된다.
젊고 비참하고 아무덕도 없는 듯 보이지만, 이 세상 누구와도 그 전부를 공유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많은 것들을 공유하며 이런저런 사람들과 이어져있는 오직 하나의 경험을 지닌, 오직 하나뿐인 자신의 귀중함이 몸이 오싹 시려오는 별하늘 아래에서 한층 살갑게 다가왔다. -281p
내가 커다란 믹서기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다양한 경험과 감정이 재료로 믹서기 안으로 들어온다. 한 재료는 다른 믹서기와 공통적인 재료일지도 모르지만 결국 다른 재료와 어떻게 섞이는지, 또 나의 믹서기의 힘, 속도, 회전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여기서는 레몬즙 한 방울도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나이가 들고 더 다양한 감정과 경험이 섞이게 되면 될수록 고유한 내가 만들어진다. 그 안에 내용물은 때문에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것이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에는 사람을 납득시키는 묘한 힘이 있다. 사실 요시에의 아빠는 어떻게 보면 젊은 예쁜 여자와 바람은 피운 것이고 그 여자가 아빠 술에 수면제를 타서 차에 태워 숲 속으로 들어가 가스로 동반 자살(아빠는 일방적 살해겠지만)하고 만다. 하지만 어쩐지 글을 읽다 보면 요시에의 아빠가 불쌍하게 느껴진다. 그를 비난하기 힘들어지고 오히려 불쌍하게 느껴진다. 또한 후반부에 요시에는 아빠의 친구였던 야마자키 아저씨(아빠보다는 어린 나이긴 했지만)와 사랑에 빠지고 관계를 가진다. 하지만 이런 과정들이 거북스럽다거나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오히려 요시에가 이런 과정을 통해서 성장해 나가며 스스로를 치료하는 과정을 응원하게 된다. 아빠의 외도, 아빠 친구와의 사랑 등은 세상의 기준에서 금기를 깬 일이지만 이 소설 안에서 만은 또 다른 힘을 가진다.
낮은 곳에서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는 슬프디 슬픈 안심. 홀로 남은 것이 아니라서 안도하는 비참한 행복 -139p
애매하고, 징글징글하고, 엉거주춤하고, 답답하고, 모두가 그렇게 반듯하지 않아도, 그것으로 족하지 않을까. -259p
작가인 요시모토 바나나의 대한 평가는 아래와 같이 묘사된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젊은 여자들의 일상 언어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문체에 소녀 취향의 만화처럼 친밀감 있는 표현으로 젊은 여성들의 압도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요시모토 바나나 현상이라는 용어를 낳았다. 그의 작품에는 집·가족이 붕괴된 뒤에 생기는 인간적인 유대, 마음의 주고받음, 일상적인 소품들에 대한 진지한 관찰과 애정, 돌파구로서의 가족의 재편에 대한 소망 등이 감성적인 문장으로 그려져 있다. -두산백과
그녀의 책은 확실히 일상적이다. 새로운 세계나 엄청난 갈등이나 사건은 없다. 하지만 일상에서 일하나는 사건들에서 느끼는 인물의 감정들에 집중하고 그런 감정들을 일상적인 언어로 전한다. 그래서 그녀의 책을 보고 있으면 더 공감되고 치유받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원래 소설은 많이 읽지 않았는데 요즘엔 소설을 읽는 재미에 푹 빠졌다. 작가들마다 한 사건을 풀어내는 방식이 너무 다르기에 그런 글들을 보며 나의 문체는 무엇일지 문득 궁금해지기도 한다. 만약 내가 글 쓰는 사람이라면 엄청난 사건에 휩쓸리는 주인공보다는 정말 현실에 있을 법한, 현실적인 이야기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상처를 들어다 보고 만져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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