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연수
줄거리
1984년,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한 열다섯 살 소년 정훈. 사망한 아버지는 남파간첩의 차량을 향해 뛰어든 애국지사가 되고,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정훈은 사람들의 속마음을 읽는 능력을 갖게 된다. 그때부터 정훈에게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취조당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기 위해 고문실에 들어가야 했던 재능개발실에서 도망친 정훈은 세상에서 제일 화염병을 잘 던진다는 선재 형, 자신 때문에 첫사랑이 죽었다고 생각해 남장을 하는 강토 형,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는 해직 기자 출신의 재진 아저씨 등을 만나게 되는데….
김연수작가의 작품은 단편 소설집 <이토록 평범한 미래>와 산문집 <지지 않는다는 말>을 읽어보았다. 콕 집어 말하긴 힘들지만 그의 글이 내 마음을 끄는데가 있어서 계속 그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작 작가로 유명한 분답게 현재까지 나온 책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중에서 김연수 작가님의 꽤 유명한 책인 <원더보이>라는 장편소설이 내 눈에 들어왔고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기 시작했다.
김연수 작가 책 리스트
✔️장편 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 (1994)
7번국도 (1997)
꾿빠이, 이상 (2001)
사랑이라니, 선영아 (2003)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2007)
밤은 노래한다 (2008)
7번 국도 Revisited (2010)
원더보이 (2012)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2012)
일곱 해의 마지막 (2020)
걸리버 유람기 (2024)
✔️단편 소설집
스무 살 (2000)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2003)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2005)
세계의 끝 여자친구 (2009)
사월의 미, 칠월의 솔 (2013)
이토록 평범한 미래 (2022)
너무나 많은 여름이 (2023)
음악소설집 (2024)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 (2004)
읽GO듣GO 달린다 (2007)
여행할 권리 (2008)
대책 없이 해피엔딩 (2010)
우리가 보낸 순간 (2010)
김연수欄 (2012)
지지 않는다는 말 (2012)
청춘의 문장들+ (2014)
소설가의 일 (2014)
소설가의 산책 (2014)
언젠가, 아마도 (2018)
시절일기 (2019)
원더보이는 역사적인 이야기, 인간에 대한 이해 그리고 그것들을 재밌게 끌고 나가주는 스토리가 인상적인 책이었다.
원더보이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책과는 다르게 중간중간 독특한 구성의 지면이 나온다.
이런 구성들이 이 소설의 독창성을 부여해 주기도 하고 독자로 하여금 재밌는 요소로 다가오는 것 같다. 또한 주인공이 사람의 마음을 읽는데, 그 마음이 읽히는 부분이 연한 색으로 대화 속에 녹아들어 가 추가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내가 본 책은 도서관에서 오래된 빌린 책이라 처음엔 연하게 표시된 것을 모르고 읽는데 대화가 너무 정신없이 이어져서 '뭔가 이상한데..' 하다가 한참 읽다가 약간 연하게 표시된 부분이 사람들이 속마음으로 하는 이야기라는 걸 깨달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이 있다. 얼마 전에 읽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해변의 카프카>와 <원더보이>가 무척 닮아있다는 것이다. 15살의 소년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것과 어떤 일에 휘말리며 도망치게 되는 것, 그리고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엄마를 찾아다닌다는 것, 주인공이 호감을 품게 되는 인물이 처음엔 남자로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여자라는 것. 나는 장편소설을 읽기 전에 김연수 작가의 에세이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에세이를 보며 ‘무라카미 하루키와 정말 닮은 면이 많다’라고 느꼈다. 마라톤을 달릴 정도로 달리기를 좋아하는 것, 많은 책을 쓰는 것, 소설가에 대한 에세이를 썼다는 것, 그 외 기본적인 성격. 그런 부분이 비슷한 소설을 만들어 낸 것인지, 혹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다른 블로그 리뷰에서도 원더보이와 해변의 카프카가 비슷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꽤 있는 걸 보면 나 혼자만의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 소설은 1985~1987년에 걸쳐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이때는 박정희가 죽고 전두환이 집권하던 시기로, 민주화운동이 진행되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좋은 책이라고 불리는 책들은 주로 시대적인 특징을 잘 드러내 주고 인물의 심리를 잘 묘사한다는 특징이 있다. 개인적으로 김연수 작가의 원더보이는 이러한 두 가지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어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주인공은 마음을 읽고 타인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며, 거기에다가 더해서 자신의 감정을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 뒤쪽에는 이런 주인공에게 강토가 이렇게 이야기한다.
“너에게는 고통받는 이들의 삶과 완벽하게 공감하는 능력이 있으니 이미 절반은 작가나 마찬가지지.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독자들에게 자신이 보거 듣고 맛보고 경험한 것들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재능이야. 넌 그걸 가지고 있어.”-224p
그리고 강토는 주인공에게 그 재능을 가지고 글을 쓰라고 말한다. 나는 어렸을 땐 나의 공감능력이 저주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상대방의 기분과 감정을 남들보다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내 감정처럼 받아들여 힘들었던 적이 많았다. 누군가가 고통을 겪으면 그와 최대한 비슷한 내 경험을 되살려내고 그 감정을 불러와서 증폭시킨다. 지금은 그래도 나이가 들어서 어느 정도 선에서 이 감정을 정리하고 다시 돌아온다. 하지만 위에 강토가 했던 말을 보면 그것 또한 나의 재능이다. 극도의 공감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어린 시절 나도 초능력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비록 세상을 살려면 그런 공감능력은 독이 된다는 걸 알고는 능력이 많이 희석되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내가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지금 글을 쓰고 있는 것도 결국 그런 감정들을 전달하기 위해 아주 자연스러운 순리처럼 느껴진다. 나는 많은 감정을 느끼고 그걸 글로 많이 표현하고 싶다.
원더보이는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소설이었다. 그리고 뭔갈 깨닫지 않더라도 스토리만으로도 아주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니, 재밌는 한국 소설을 찾고 있다면 김연수 작가님의 원더보이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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