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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이 바닥인 것 같을 때,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엘리자베스 길버트

책 주관적인 리뷰

by 차미박 2023. 12. 3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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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저자: 엘리자베스 길버트
줄거리
진정한 욕망과 영성 그리고 사랑을 찾아 낯선 세계로 떠난 한 여성의 이야기
출판일: 2006년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워낙 영화가 유명해서 영화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2006년에 미국에서 나온 소설이 원작이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건 글 쓰는 모임에서 만났던 젊은 여성분 때문이었는데, 내가 과거에 힘들었을 때 프랑스어를 배웠었다는 경험을 이야기하자 “마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 같네요!”라고 말했고 그때부터 이 책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영화 포스터


위에 사진은 현재 민음사에서 재 발간을 하기 전에 한국 솟을북 에서 출판되었던 책의 디자인인데 오히려 이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각 나라에 맞는 물건들로 글자를 만든게 좋다.

엘리자베스 길버트


목차
1부 이탈리아
혹은 “먹듯이 말하라”
혹은 쾌락 추구에 관한 서른여섯 개의 이야기

2부 인도
혹은 “당신을 만난 것을 축하합니다”
혹은 신앙 추구에 관한 서른여섯 개의 이야기

3부 인도네시아
혹은 “팬티 속까지 기분이 이상해진다”
혹은 균형 추구에 관한 서른여섯 개의 이야기

감사의 말




이 책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말하자면, 잘 나가던 작가였던 그녀는 결혼에 실패하면서 깊은 절망과 우울을 느끼게 되고 그 절망에서 헤어 나오기 위해 3개의 나라를 다니면서 스스로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 자전적 에세이다. 3개의 나라는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고, 각각 제목에 먹고(=이탈리아), 기도하고(=인도), 사랑하라(=인도네시아)를 의미한다.

물론 본격 여행하는 이야기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엘리자베스는 여행을 하기 직전 자신의 인생이 얼마나 우울하고 힘들었는지를 묘사하는데, 그 묘사들이 생생하게 와닿아서 정말 좋았고 왜 이 책이 유명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었는지 알 수 있었다.

우울은 내 어깨를 꽉 움켜잡았고, 외로움은 계속 질문을 퍼부어 됐다. 저녁도 먹고 싶지 않았다. 그들이 날 지켜보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들을 집에 들이지 않으려고 했지만 난 우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고 그에게는 곤봉까지 있었다. 그러니 그가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아무도 막을 수 없다. "여기까지 따라온 건 정말 옳지 않아. 너희들은 이미 해고 됐어. 뉴욕에서의 시간을 모두 너희들에게 바쳤잖아. 하지만 우울은 사악한 미소를 던지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의자에 자리 잡고 테이블에 발을 올린 다음, 시가에 불을 붙여 집 안을 역겨운 담배 연기로 가득 채웠다. 외로움은 그 모습을 지켜보고 한숨을 쉬더니 침대로 올라가 이불을 끌어당겼다. 옷을 다 입고 신발까지 신은 채. 오늘 밤을 나와 함께 보낼 작정인 것이다. -105p

대부분 한 번쯤 깊은 절망에 빠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순간을 설명을 하려고 하면 왠지 모르게 평면적이고 내 고통의 10분의 1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기분이 들며 ‘그때 정말 힘들었어, 너무너무 힘들었다니까’라는 가벼운 말로 밖에 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최선을 다해 공감 가는 묘사들로 그녀의 고통을 설명한다. 물론 그녀가 아무리 잘 고통을 묘사한다고 해도 그녀의 그 시간을 가늠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묘사는 조금이라도 그녀의 고통이라는 가루를 새끼손가락으로 콕 찍어서 맛보는듯한 느낌을 주게 한다.


첫번째 여행지. 이탈리아🇮🇹


리즈는 ‘먹고, 마시고, 사랑하라‘에서 <먹고>부분을 담당하는 이탈리아를 제일 처음 방문한다. 그녀는 미국에 있을때에도 이탈리아어에 매료되어 이탈리아어를 배운다. 때문에 이혼과 연애의 실패로 피폐해진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이탈리아행을 가장 먼저 선택한다. 그리고 그녀는 쾌락과 아름다움을 숭배하는 이탈리아에서 욕망과 현재의 온전한 행복을 배운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역사적인 사실들이 나온다. 이탈리아어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 중 하나로 불리는데 그 이유가 정말 신기했다. 이탈리아어는 토스카나 방언인 피렌체를 기반으로 된 언어이나 대중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단테가 처음으로 지금의 이탈리아어로 글을 썼고(그 유명한 신곡) 그 언어가 결국 현재 이탈리아어의 기반이 되게 된다. 천재문학가에 의해 다듬어진 이탈리아어는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아름다움과 쾌락을 숭배하는 나라


리즈가 이탈리아 음식을 묘사하는부분을 보면 나도모르게 침을 꼴깍 삼키게 된다. 결국 그녀는 이탈리아에 도착한지 몇달만에 몇십키로가 쪄서 결국 가지고간 바지가 하나도 맞지 않을때가 되어서야 심각성을 느꼈다고 한다.


난 비쩍 마르고 수척한 상태로 이탈리아에 왔다. 그땐 내가 무엇을 누릴 자격이 있는지 아직 몰랐다. 어쩌면 아직도 완전히 모를 것이다. 그러나 백 퍼센트 무해한 쾌락을 즐기면서 나 자신을 다시 긁어모아 훨씬 온전한 누군가로 만들어 놓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를 가장 쉽고, 가장 근본적으로 표현하자 면 난 몸무게가 늘었다. 이제 내 존재는 넉 달 전보다 더 커졌다. 여기 왔을 때보다 눈에 띄게 부푼 몸집으로 이탈리아를 떠 날 것이다. 한 개인의 팽창은 한 인생의 확대요, 이는 실로 이 세상에서 가치 있는 일이라는 희망을 안은 채. 설사 이번만큼 은 공교롭게도 그 인생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의 인생일지라도 -222p

칠흑 같은 시기를 보낸 뒤에는 행복의 희미한 가능성이라도 감지되면 어떻게든 그 발목을 움켜쥐고 그것이 난 진창에서 꺼내 줄 때까지 절대 놓지 말아야 한다. 이건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라 의무다. 우리는 삶을 부여받았고, 이 생애에서 아무리 하찮아도 뭔가 아름다운 것을 찾아내는 일은 의무(이자 인간으로서의 권리)다. -222p


나는 개인적으로는 이탈리아에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영국이나 프랑스엔 관심이 있었지만 왜인지 이탈리아에는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저자가 그랬듯이 이탈리아의 매력에 빠져들고 한 번쯤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책이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때 이탈리아를 가려고 하는 여성들이 줄을 섰다고..)


두번째 여행지, 인도 🇮🇳


이탈리아에서 최고의 쾌락과 행복을 느낀 그녀는 다음행선지로 인도를 선택한다. 그녀는 꾸준히 요가나 명상을 하던 상태였고 처음 고통속에 빠졌을때도 기도로 극복했었기에 조금 더 영적인 수행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 또한 전 남자친구의 집에서 어떤 구루의 사진을 본 후 그녀를 꼭 만나야겠다는 강렬한 열망이 일어 인도를 방문하게 된다. 인도에서는 대부분 그녀가 영적인 경험을하고 수행을하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만약 책을 읽는 독자가 영적인 경험들을 불신하는 편이라면 인도 부분은 좀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는 그런 영적인 존재를 믿기도 하고 관심도 많고 명상도 꾸준히 하고 있기 때문에 인도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그리고 수행을 하면서 깨닫는 것들도 이야기하는데 우리 인생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이 가장 많이 나오는 부분이기도 하다.

운명 역시 연인 관계와 같다. 운명은 신의 은총과 의식적인 노력 사이의 놀음이다. 운명의 절반은 우리가 통계할 수 있지만, 나머지 전반은 완전히 우리 손에 달렸기 때문에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인간은 단순한 신의 꼭두각시도, 자기 운명을 완벽히 통제하는 지휘관도 아니다. 양쪽 모두라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빠른 속도로 나란히 달리는 두 마리의 말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서커스 곡예사처럼 정신없이 살아간다. 한쪽 다리는 '운명'이라는 말에, 다른 쪽 다리는 '자유 의지'라는 말에 걸친 채. 그리고 대 일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건 어떤 말인가? 내 통제력 밖에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는 건 무엇이고, 노력을 쏟아 방향을 조종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운명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차 있지만, 반면 내 권한에 속하는 것들도 있다. 나는 복권을 살 수 있고 따라서 내가 행복해질 확률도 높아질 것이다. 시간을 어떻게 살지, 누구와 만날지, 내 인생과 몸, 돈, 에너지를 누구와 함께할지도 결정할 수 있다. 무엇을 먹고, 읽고, 공부할지 선택할 수 있다. 인생의 불행한 환정을 저주로 받아들일지, 기회로 받아 들지 선택할 수 있다. -320p


행복은 개인이 노력한 결과다. 행복을 얻기 위해 싸우고 노력하고 주장하고 때로는 행복을 찾아 세상을 떠돌기도 해야 한다. 행복이 발현되는 과정에 무지막지하게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일단 행복한 상태에 도달했으면, 그것을 유지하는 걸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행복을 향해 영원히 헤엄치고,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 지 않으면 내면의 만족감은 쉽게 빠져나갈 것이다. 고통에 처했을 때 기도하는 건 쉽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이 지난 후에도 계속 기도하는 건 봉인 작업과 같다. 우리의 영혼이 그 훌륭한 성취를 꼭 붙들고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450p


세번째 여행지, 인도네시아🇮🇩


사실 처음부터 그녀의 목적지는 인도네시아였다. 이혼 전 취재 겸 들렀던 인도네시아 치료사를 만나게 되고 거기서 그 치료사에게 “당신은 빠른 시일 안에 다시 발리로 돌아와서 나와 함께 오래 머무를 것이다“라는 예언을 받는다. 때문에 그녀는 꼭 그곳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발리에서 그녀는 치료사를 다시만나고 발리에 이웃들과 친해지면서 다양한 일을 겪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발리가 <사랑하라> 라는 파트에 해당되는 이유는 이곳에서 리즈는 펠리페라는 브라질 남성과 진짜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와 두번짜 결혼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남자와 여자의 문제라는 말이야. 두 인간이 잘 지내려고 노력하는 거고, 그건 복잡해질 수밖에 없어. 사랑은 언제나 복잡한 거야. 그래도 인간은 서로 사랑하려고 노력해야 해, 달링. 때로는 가슴도 아파 봐야 하고 그건 좋은 징조야, 가슴 아픈 사랑을 해 보는 거. 뭔가를 위해 노력했다는 뜻이니까 -478p

"사랑에 빠져 가끔씩 균형을 잃는 게 균형 잡힌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인걸." -514p

하지만 이 소설에 대한 자료를 서치 하면서 알게 된(별로 알고 싶지 않았지만) 사실로, 몇 년 전에 엘리자베스는 펠리페와 이혼을 했다고 한다. 앞쪽에서 엘리자베스는 예언가에게 예언을 하나 받는데, ‘그녀는 인생에 두 번 결혼을 하게 되고 한 번은 짧고 한 번은 길다’라고 말을 했다고 한다. 그 예언에 따르면 전전 남편이 짧은 결혼이고 이 소설에 나와서 결혼했던 남자가 긴 결혼이 되는 건데.. 과연 그녀에게 내려진 예언이 맞을 것인지 궁금하긴 하다.


요가의 현자들은 인간사의 모든 고통은 기쁨과 마찬가지로 말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우리는 우리의 경험을 정의하는 말을 만들고, 이 말들은 거기에 수반되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데 그 감정은 끈에 묶인 개처럼 우리 주위를 맴돈다. 우리는 자기가 만든 만트라에 빠져들고(나는 실패자다......나는 외롭다...... 나 는 실패자다….. 나는 외롭다......) 그 만트라의 기념비가 된다. 따라서 한동안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의 힘을 약화하는 것이며, 말에 의해 숨 막히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고, 질 식할 듯한 만트라에서 우리를 해방시키는 것이다. -557p


리즈는 인도네시아에 이르러서는 이탈리아에서 배운 현재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법과 인도에서 배운 내면에 집중과 편안함의 밸런스를 찾아 균형 잡히고 성숙한 생활을 해나간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잔잔한 여운이 몰려왔다. 그리고 아마 이 책을 읽어본 모두가 느꼈듯이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를 여행해보고 싶다는 생각이들었다. 타이틀에도 적었듯이 인생을 살아가다보면 한번쯤은 겪는 인생이 바닥같이 느껴질 때 읽으면 좋은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또한 그런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 이책을 읽었더라면 당장 짐을 챙겨서 떠났을 지도 모르겠다.

여담으로 내가 읽은 책은 민음사에서 재 발간된 책이었는데 그 책에는 엘리자베스가 남긴 10주년 서문이 있었다. 이 책으로 인해 자신이 어떤 영향을 받고 인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이야기하는데 그녀는 이 책이 발간된 이후로 수많은 전 세계의 여성들에게 편지를 받았다고 한다. 자신의 인생을 바꿔줘서 고맙다는 내용들이나 또는 다짜고짜 ‘인생이 편하니까 여행도 다니고 하지’라며 쌍욕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아내 혹은 여자친구가 이 책을 보고 자신을 떠나버렸다며 엘리자베스를 원망하는 남성들도 있었다고 하니, 하나의 책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나 역시 힘든 시기에 이 책을 만났다면 내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 시간을 스스로 이겨내고 지금은 행복한 상태에 다소간 이르렀을 때 이 책을 읽어보니 답을 구하기보다는 공감하는 마음으로 이 챡을 읽어나갔던 것 같가. 특히나 샤로운 언어를 배우고 명상을 하면서 절망을 이겨냐는 방식에서 공감이 많이 갔다. 그리고 그 안에서 배운 점들을 멋진 묘사와 문장들로 표현해 주니 내가 어휘력이 부족해서 표현하지 못했던 나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만약 지금 당신이 어두운 터널을 걷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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