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영화보다 책으로 먼저 만난 일본의 영화감독 <작은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책 주관적인 리뷰

by 차미박 2023. 11. 20. 08:55

본문

반응형

고레에다 히로카즈. 일본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니 그냥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웬만하면 알고 있을 일본의 감독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생 1962년 6월 6일 (61세) 도쿄도 네리마구
학력 와세다대학 (문예학 / 학사)
데뷔 1995년 영화 환상의 빛
대표작 어느 가족,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다 마을 다이어리,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사실 나는 이 감독의 영화를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가 만든 영화에 대해 알고 있는데 그 이유는 그의 영화 포스터가 꽤 감각적이고 잘 만들어 진것들이 많아서 영화 포스터 작업할 때 레퍼런스로 많이 봤었기 때문이다. 특히 캘리그래피 스타일의 포스터를 작업할 때 많이 참고했었다. 그래서 내용은 모르고 포스터만 보았었는데도 한 번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들이었다. 여하튼 영화는 보지 못한패로 유명한 감독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오늘 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그의 책을 발견했고, <작은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 자연스럽게 책장에서 꺼내어 훑어보기 시작했다. 단순히 앞쪽만 훑어보려고 했지만 너무 재밌어서 그 자리에서 3시간에 걸쳐 책을 다 읽어버렸다.



#고레에다 히로카츠 감독의 개인적인 이야기


이 책은 감독이 책을 위해 쓴 책이 아니다. 무슨 말이냐 함은 고레에다 감독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자주 자신의 생각, 상황, 의견을 담은 글을 쓰는데 그 글을 한국 편집자가 눈여겨보다가 모아서 출판을 하면 어떻겠냐고 고레에다 감독에게 제안을 했다고 한다.


감독은 흔쾌히 받아들였고 그 글들을 고르고 모으고 편집의 과정을 거쳐 한국에서 출판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에 대한 언급과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다.

여기 모아놓은 글 대부분은 원래 출판할 목적으로 쓴 것이 전혀 아니다. 할 일 없이 무료할 때 평소 생각하던 바를 문득 써두거나 고인이 된 분을 잊지 않기 위한 비망록으로 여기던 것이다. 그러니 이처럼 죽 나열해 봐도 공통된 주제나 시점, 관점은 아마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름 아닌 이런 신변잡기이기에 공적인 자리에서는 말로 표현하지 않은 혼잣말이나 한숨에 가까운 감촉을 느끼는 것 또한 사실이며, 이번에 이렇게 출판의 기회를 얻게 되어 솔직히 기쁘다.-6p


#정치적인 목소리를 높이는 감독


이 책에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정치적인 신념과 생각들이 많이 드러난다. 사실 놀랄 정도로 그런 부분들이 많았다. 내가 일본작가를 많이 아는 건 아니지만 일본작가들은 대체로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데 소극적이고 조심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분명하게 논리적인 목소리로 일본의 과거 청산, 정치적 탄압 등에 대해 비판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 중 하나도 이러한 감독의 올바른 정치적 역사적 관념 덕분도 있는 것 같다.

(…) 독일이 EU에서 차지하는 위치나 해내려는 역할을 일본이 '동아시아공동체' 속에서 맡고자 한다면 역시 과거의 역사를 제대로 마주하고 '청산'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설명을 덧붙였던 것이다. (...) 나는 민주주의가 성숙하려면 정기적인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다. 정권은 반드시 부패하기 때문이다. 이는 영화감독이 라는 '권력'을 손에 넣고 통감하는 점이기도 하다.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라도 교대시켜 가며 주권자인 우리가 권력을 통제하면 민주주의는 조금씩 더 성숙해지리라 생각한다. 그 정부가 보수 성향이든 진보 성향이든 정권이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모두가 권력에 굽신거릴 테고, 지조 없는 저널리즘은 감시 역할을 잊고 권력의 홍보물이 될 것이다. 그건 주권자에게는 불행이라는 이야기를 했다.-18-19p

사죄는 끝난 걸까? '침략 전쟁은 없었다'는 식의 주장이 큰 목소리로 들려오게 된 현재 상황 속에서, 일본인이 50년 전에 저지른 행위에 대해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당사자 의식을 가지고 생각하고 있을까? 그렇게 생각해 보면, 일련의 살인 사건이야 어쨌든 적어도 지금 갈 곳을 잃고 사유가 멈춰 우왕좌왕하면서도 교단에 매달려 있는 신자들의 모습은 틀림없이 우리 일본인의 모습을 다소 변형해 비추고 있는 거울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분노는 창끝을 자신에게로 돌려 그 성질을 변화시킬 것이다. -50p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식민지 지배라는 폭력에도 좋은 점 이 있었다는 망상에 빠져 살고 싶어 하는 병이 퍼지고 있는 듯하다. 아마 지금의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어서 어떻게든 자기 긍정을 하고 싶은 게 아닐까. 하지만 분명히 말하건대 그런 어리광은 민폐일 뿐이다. ("우리가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덕분에 당신네 일본인은 그 후 잃을 수도 있었던 수많은 생명을 구 했으니 원자폭탄에도 좋은 점이 있었다"라는 말을 미국으로부터 듣는다면 이 정치인은 뭐라고 대답할까......) 요컨대 그들은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사람이 사람을 죽이 거나 폭력으로 지배하는 것도 긍정할 수 있다(용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 아무래도 미국이 이라크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것은. 폭력 이 아니라 오히려 정의라고 불리는 모양이다. 상대의 이름을 빼앗는 것도, 땅을 빼앗는 것도. 문화를 빼앗은 것에 대 한 책임도 60년간 유야무야 내버려 두면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모양이다. 그런 사회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런 오늘날의 일본 사회가 열두 살 소년을 살인으로 향하게 만든 것 이 아닌가? 사회는 그 소년에게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건 무슨 일이 있어도 나쁘다'라고 가르쳤던가? 약자를 폭력적으로 지배하면 안 된다고 가르쳤던가? 가르친 건 그 반대 아니었던가? -52~53p


일본도 그다지 언론의 자유가 높은 편은 아니라서(이 책에서도 말하지만 최근까지도 보도지침 같은 게 내려올 정도로) 이 감독의 발언이 괜찮을까..?라는 걱정이 들 정도로 그는 강하게 이야기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저는 다큐멘터리란 '상대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행위라는 것을 방송을 만들기 시작하고 시간이 좀 지난 뒤에 깨달았습니다. (...) 상대의 언어로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우선 철저하게 상대의 언어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일테면 제 가 쓰는 '희망'이라는 말과 상대가 쓰는 '희망'이라는 말이 과연 같은 의미인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대부분은 다릅니 다. 거기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서로 다른 인생을 걸어왔고 상이한 가치관으로 살았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다르다'는 것이 대전제이고 그 위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모색해 나갑니다.-88

‘상대의 언어로 말하려는 것' '상대의 언어에 귀 기울이는 것. 거기서부터 자신의 문체를 형성해 나가는, 일견 멀리 돌아가는 듯한 행위 속에서 다큐멘터리는 반짝임을 발견합니다. -89

영화 속에서 저는 결여란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타자를 향해 열린 가능성이라고, 배두나라는 존재를 통해 소리 높여 선언했습니다. 그런 제가 상실로 인해 의욕을 잃고 있어서 어쩌겠다는 건가 하고 깨달은 것이지요. '두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은 아들이 아버지가 될 결심을 했다.‘이렇게 말하면 너무 멋있게 정리하는 것 같지만, 그런 셈 같습니다. 끝을 시작으로 바꾸자. 무라키 씨와 야스다 씨가 시작한 것처럼. 이것이 분부쿠를 설립한 이유입니다.-145

같은 세대는 아니지만 지금 동시대 감독 중 존경하는 사람은 한국의 이창동이에요. 처음 본 작품은 <박하사탕>. 이 창동의 작품은 전부 훌륭하죠. <오아시스>로 압도됐고, <밀양>도 그렇고요. 한 편 꼽으라 하면 <밀양>이에요. 전혀 밝지 않은 영화지만 결코 인간에 대해 절망하고 있지 않아요. 또 특별한 것을 찍지 않고요. '어떠냐!' 하는 장면을 찍지 않는 거예요. 하지만 전부 좋죠. 불필요한 게 없어요. 배우도 훌륭하고요. 그런 영화를 찍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든 사람 중 하나 예요.-184

이창동, 봉준호 등 한국감독에 대한 이야기들도 많이 나온다. 특히 동시대 사는 사람 중 가장 존경하는 감독으로 이창동 감독님을 꼽기도 했다.

제가 스스로 정치적인 것, 사회 적인 것을 의식하면서 영화를 만들고 있는 건 아니지만, 영화를 만들면서 깨닫게 되는 건 슬퍼하는 것보다 분노하는 게 더 강할 수 있고, 답을 제시하는 것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훨씬 더 넓어질 수 있다. 확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238



이 책을 읽고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들을 모두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우선은 칸영화제 상을 받았던 <어느 가족>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봐나가야겠다. 오히려 이렇게 작가의 생각, 세계를 알고 영화를 보니 더 풍성하고 재밌게 영화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