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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라는 장르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후기

책 주관적인 리뷰

by 차미박 2023. 10. 1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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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사: 문학동네
페이지: 767P
발행: 2023.09.06
설명: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무라카미 하루키카 데뷔한 이후 31살에 문예지에 발표했던 글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다양한 소설들을 문예지에 발표했고 그 글들은 대부분이 책으로 출판되었지만 이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만 출판되지 않은 채 남아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그 글을 다시 다듬었고 약 3년간의 집필 끝에 이 책이 출판되었다. 31살에 썼던 자신의 글을 71살이 되어서 완성했다.

그리고 이 책을 우리나라에서 출판한 문학동네에서 이번 출판에 마케팅을 열심히 하는 것 같았다. 아래는 며칠 전 다녀온 이 소설 출간 이벤트 겸 열렸던 무라카미하루키 스테이션 팝업 방문후기니 참고하길 바란다.

좁은데 이렇게 사람이 많다고? 무라카미 하루키 스테이션 팝업 후기 - https://chamy.tistory.com/m/65

좁은데 이렇게 사람이 많다고? 무라카미 하루키 스테이션 팝업 후기

지난주 금요일 성수동에 무라카미하루키 팝업스토어에 다녀왔다. 무라카미 하루키 신작 출간 기념으로 출판사 문학동네에서 기획한 팝업스토어로, 성수동에서 짧은 기간 동안만 진행되고 있다

chamy.tistory.com




나는 이 책을 출퇴근, 자기 전 틈틈이 읽는데 7일? 정도 걸린 것 같다. 페이지가 767페이지로 꽤 책이 두껍지만 스토리가 재밌어서 금방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좋았던 문장들이다.


시계탑에는 바늘이 없고, 도서관에는 단 한 권의 책도 없다. 사람들이 하는 말은 본래의 의미만을 지니고, 모든 것이 각자 고유의 장소에, 혹은 눈길이 닿는 그 주변에 흔들림 없이 머물러 있다.-53p

나는 밤공기를 가슴 가득 들이켜고 알맞은 언어와 적절한 표현을 찾는다. 그리고 말한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그림자를 데리고 살았어” -53p

우리는 단 하나인 현실에 필사적으로 매달려 있는 것 말고는 다른 수가 없는지도 모른다. 좋고 싫고를 떠나.-223P

어쨌거나 인생은 장기전이다. 그 길에 아무리 큰 슬픔이 있더라고, 상실과 절망이 기다리더라도, 한 걸음 한 걸음 착실하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389P

티 없이 순수한 사랑을 한번 맛본 사람은, 말하자면 마음의 일부가 뜨거운 빛에 노출된 셈입니다. 타버렸다고 봐도 되겠지요.-449P

🖊️뜨거운 사랑을 경험해 본 사람들의 감정을 ‘뜨거운 빛에 노출되었다’라고 표현하는 게 너무 좋았다. 뜨거운 빛이 노출되면 다시는 그 전상태로 돌아갈 수 없으니까.

“기다리는 것엔 익숙해”라고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내뱉는 숨이 딱딱한 물음표가 되어 허공에 하얗게 떠오른다. -681P

“시간이 없는 곳에는 축적도 없습니다. 축적처럼 보이는 현상은 현재가 던져주는 잠깐의 환영일 뿐이에요. 책장을 한 장씩 넘기는 광경을 상상해 보세요. 책장이 넘어가는데 쪽 번호는 변하지 않는 겁니다. 뒷장과 앞장이 논리적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주위 풍경이 바뀌어도 우리는 항상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습니다.”-737P

🖊️시간을 축적의 개념으로 설명했다. 그전까지는 한 번도 이런 식의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정말로 축적이 없으면 시간의 흐름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닌가. 그랬기에 그 또 다른 세계의 시계탑에는 시곗바늘이 없었던 것이었겠지.

요컨대 진실이란 것은 일정한 어떤 정지 속이 아니라, 부단히 이행=이동하는 형체 안에 있다. 그게 이야기라는 것의 진수가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할 따름이다.-767P




이 책을 읽고 있다는 나에게 어느 날 한 친구가 “그 책은 무슨 장르야?”라고 물어봤다. 그 물음에 나는 적절한 단어를 찾을 수가 없었다. ‘판타지인가, 스릴러인가 아니면 로맨스 물인가?’ 한참 고민하다가 그냥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장르야”라고 대답했다. 그만큼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한 가지로 정의 내릴 수 없는 독특함이 있다. 판타지 같기도 하지만 현실적이고 사랑에 대한 내용이 빠지지 않기에 로맨스물 같기도 하다. 하지만 장르가 어떻든 무라카미의 소설에는 분명 마음 깊숙한 곳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사실 무라카미의 소설을 읽고 나면 딱히 떠오르는 명대사나 이미지가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친구가 스토리를 설명해 달라고 하면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하지만 어떤 힘 같은 게 있어서 그의 책을 읽고 나면 내 마음에 어떤 깊은 자국 같은 게 남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 자국은 일상을 살아가다가 문득문득 그 소설의 분위기나 감정의 조각을 떠오르게 한다. 이번 소설도 나에게는 그런 의미였다. 육각수, 시곗바늘 없는 시계탑, 그림자, 서브마린티셔츠 소년, 꿈 읽는 도서관 등등등. 그런 단어와 그 단어에 포함된 감정들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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