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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국이 싫어서> 리뷰 - 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청춘들에게

영화 주관적인 리뷰

by 차미박 2024. 12. 17.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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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러닝타임: 107분
개봉일: 2024.08.28
줄거리: “행복을 찾아 새롭게 시작하기로 했다” 내가 왜 한국을 떠나느냐고? 두 마디로 요약하자면 ‘한국이 싫어서’. 세 마디로 줄이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계나는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좇아 떠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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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영화 <한국이 싫어서> 예고편을 보고는 꼭 한번 보고싶다는 생각을 했고 넷플릭스의 개봉일을 기다렸다. 내가 곧 영국 워홀을 앞두고 있기도 했고 한국의 청년들이라면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한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영화의 주인공인 계나는 겉으로는 꽤 한국사회에 잘 적응한듯해 보인다. 가난하고 부모님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서울에 꽤 괜찮은 대학을 나와서 번듯한 직장을 다니고 있으니. 하지만 그녀는 ‘융통성’를 내세우며 부당한 일을 지시하는 상사, 개인의 개성을 무시하고 조직사회의 구성으로 같은 결정을 강요받는 문화(식당에 가서 상사가 주문한 메뉴로 통일을 하는 것), 집안 환경으로 무시받거나 동정받는 일들로 인해서 한국을 싫어하게 되고 번듯한 직장과 좋은 배경을 가진 애인을 떠나 뉴질랜드로 워킹홀리데이를 가게 된다.

 

 

 

처음부터 다시 쌓아나가는 인생

 


한국이 싫어서 떠난 뉴질랜드. 그녀는 노력으로 한국에서 쌓은 한벌이나 직장을 모두버리고 처음부터 시작하게 된다. 뉴질랜드에 간 계나는 호스텔에서 일하고 식당에서 일하며 돈을 벌고, 영주권을 따기 위해 학교를 다닌다.


외국으로 떠나는 것. 멋있어보일지 모르지만 결국 바닥부터 시작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마저 언어가 되지 않는다면 바닥의 시작은 더 깊은 아래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에도 외국으로 떠나는 것의 장점은 확실하다. 그건 바로

자유

 


누군가는 한국에 가족들이 있고 회사를 다니고 결혼을 하는 것들이 자유롭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정말 그럴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것이 정말 내 자유의지로 선택된 것일까? 아침에 일어나서 아무런 선택지 없이 회사로 출근을 해서 9시간 이상 일 하는 것이, 월급날만을 기다리며 단지 퇴근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내 마음의 소리보다 누군가의 기대를 채우기 위해 결정하는 것이, 사회의 분위기에 휩쓸려 20대 후반엔 좋은 회사에 취직하고, 30대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야 하는 것들이 모두 자유로 운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타지에 나가게 되면 모든 것은 제로로 시작된다. 가족, 친구, 회사가 없다는건 외로움이 되기도 하지만 뒤집어보면 그렇기에 나 스스로는 더 자유로울 수 있다.


 

 

한국, 누군가에게는 지옥 누군가에게는 천국


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캐릭터가 하나 있다. 바로 계나의 하나뿐인 여동생 미나다.


미나는 계나와 다르게 전형적으로 한국사회 적응하지 못한 인물로 나온다. 게임으로 인터넷 방송을 하며 밤낮이 바뀌어 폐인처럼 사는 미나. 번듯한 직장도 없고 그나마 하던 아르바이트도 얼마 못 가서 재미없다며 그만두고 만다. 하지만 번듯하게 사회에 적응하고 사는 듯하던 계나가 뉴질랜드 워홀을 함께 가자고 미나에게 말했을 때 미나는 의외의 대답을 한다. 자기는 만족한다고. 사랑하는 연인도 있고 이 정도면 살아갈만하다고.

사회에 잘 적응한 듯 보였지만 한국이 너무 싫었던 계나,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한 듯 보였지만 그 안에서 만족감을 찾아 적응한 미나. 왜인지 소설은 이럴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너는 한국이 싫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이 모두에게 나쁜 건 아니다’

계나는 또다시 떠나지만, 미나는 음악 하는 그의 남자친구와 그리고 남자친구의 밴드 친구들과 행복하게 어울리며 살아간다.

블로그를 쓰면서 찾아보다 알게 되었는데 미나역을 맡은 배우가 싱어송라이터 ‘김뜻돌’님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그녀의 노래 <비 오는 거리에서 춤을 추자>를 좋아하는데 정말 반가웠다. 뭔가 실제 아티스트라서 그런 역을 잘 소화한 것 같았다.

 



 

고아성 배우가 지닌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이 영화를 지루하지 않고 몰입감 있게 이끌어 나갈 수 있었던 것은 고아성이라는 배우의 힘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녀가 ‘연기를 하고 있다’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녀는 계나 그 자체였다. 한국 사회 속에 한 명쯤 있는, 회사가 많은 빌딩숲을 걷다 보면 한 번쯤은 마주칠 것 같은 그런 살아 숨 쉬는 캐릭터. 그런 게 정말 연기를 잘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고아성 배우는 그걸 해냈다. 이전까지는 그녀가 연기한 영화를 많이 본 적이 없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서 그녀를 다시 보게 되었고 좋은 배우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계나의 남은 인생을 상상해 볼 수 있는 열린 결말


많은 일들로 인해서 그녀는 3년간의 뉴질랜드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한국에 돌아와 대학 동기의 장례식에서 전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고, 다시 뉴질랜드로 돌아갈 거냐는 그의 물음에 그녀는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는 다시 떠난다. 하지만 그게 뉴질랜드인지 또 다른 나라인지는 나오지 않는다. 잠시 떠나는 여행인지, 아예 떠나는 여행인지도 나오지 않는다. 그렇게 계나는 다시 떠난다. 그렇게 열린 상태로 끝이 나기 때문에 우리는 계나의 인생을 마음껏 상상해 볼 수 있다.



이상으로 영화 <한국이 싫어서> 리뷰였다. 한국 어딘가에 살고 있을 수많은 계나들을 응원하며, 한국이 지긋지긋하게 싫다면 그대는 잘못된 게 아니라 그저 이 사회에 맞지 않은 퍼즐일 수도 있으니, 다른 나라로 떠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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