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일: 2007.03.22. (재개봉 2024.10.02.)
국가: 독일
감독: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출연진
울리히 뮤흐(비즐러 역)
제바스티안 코흐(드라이만 역)
마르티나 게덱(크리스타 역)
줄거리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5년 전, 국가의 신념이 곧 자신의 신념인 동독의 비밀경찰 ‘비즐러’는 최고의 극작가 ‘드라이만’과 그의 애인인 배우 ‘크리스타’를 감시하는 임무를 맡는다. 24시간 내내 철저하게 타인의 삶을 도청하며 감시하는 ‘비즐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그들의 예술을 대하는 태도, 자유, 슬픔 그리고 사랑에 감동을 받고 자신의 삶이 변하게 되는데…
예전부터 보고 싶었던 타인의 삶이 극장 재개봉을 했다고 해서 영화관에서 보고 왔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었음에도 지루하지 않았고 끝나고는 감동의 여운이 오래 지속되었던 영화였다.
이 영화는 독일이 통일되기 5년 전 사회주의 국가였던 동독을 배경으로 한다.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언론이나 예술가들을 탄압하고 검열하고 도청했던 시기로 주인공 비즐러는 누구보다 그 역할을 잘 수행했던 비밀경찰이다. 그는 드라이만이라는 극작가의 집 곳곳에 도청기를 설치하고 그를 통해 그의 혐의를 끌어내라는 임무를 받는다. 도청을 하며 드라이만과 그의 연인 크리스타의 생활을 들여다보며 자신이 이때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감정과 욕구, 감정을 느끼며 점점 그들과 동화된다.
좋은 영화나 문학작품은 그 시대를 잘 반영한다. 여기서 나오는 그 시대의 탄압은 우리나라의 역사와도 닮아있다. 여기서 정치적으로 블랙리스트가 된 예술가의 삶에 대해서도 나오는데 이 영화가 1980년대 배경임을 생각했을 때 우리나라는 불과 몇 년 전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문화계 인사들을 블랙리스트로 지정해 탄압한 전례가 있는 것을 보면 ‘우리는 아직까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닌가, 이 영화의 배경이 어쩌면 우리의 현실이 아닌 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한 큰 정치계뿐만 아니라 현재 의료대란을 보면 의사들 사이에서도 자신들의 편에 서지 않는 의사들 명단을 적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불이익을 주는 행동들을 보면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된다.
이 영화를 보고 단지 과거의 일이라고 치부하고 넘어갈게 아니라 현재 또한 이런 불합리한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은지 주위를 둘러보거 경각심을 얻어야 한다. 그게 바로 역사와 좋은 영화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 나오는 모두의 연기가 좋지만 그중에 단연 비밀경찰 비즐러 역의 울리히 뮤흐의 연기가 인상 깊다. 처음 도청을 시작할 땐 표정 변화도 하나 없이 냉철한 로봇 같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표정이 생기고 감정이 동요되는데 이러한 감정 변화는 과하지 않지만 관객이 알아차릴 수 있게 섬세하게 표현해 낸다.
위 스틸컷의 장면도 인상 깊은 장면 중에 하나인데 처음엔 어떤 사람이라도 국가를 모욕하거나 비난하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잡아들이던 비즐러가 도청한 지 시간이 조금 지나고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났을 때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농구공을 든 꼬마와 엘리베이터에서 만나게 된다. 순수한 꼬마는 비즐러에게 정말 비밀경찰이냐고 물으며 비밀경찰에 대한 비난을 한다. 그걸 어디서 들었냐고 묻는 비즐러에게 자신의 아빠가 말해줬다고 말한다. 그리고 곧바로 비즐러는 ‘이름이 뭐냐?’라고 말한다. 꼬마는 조금 겁을 먹고 ‘누구 이름이요?’라고 묻는다. 이쯤에서 관객들은 그 아빠를 잡아서 벌주려고 그런가 보다 하며 긴장하게 된다. 조금 고민하던 비즐러는 ‘그 농구공 이름이 뭐냐고’라고 답한다. 작은 장면일지 모르지만 비즐러가 인간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준 장면이라 개인적으로는 정말 좋았다.
그리고 굉장히 금욕적인 삶을 살고 또 살았을 것 같은 비즐러는 도청으로 드라이만과 크리스타가 사랑을 나누는 소리를 듣게 되고 그로 인해 비록 매춘부이긴 하지만 여자를 불러 자신의 숨겨둔 욕구를 푸는 장면도 꽤 인상 깊었다.
꽤 좋은 영화들이 많지만 어떤 영화들은 용두사미로 끝나기도 하고 어떤 영화들은 열린 결말이라고는 하지만 찝찝함을 남기고 끝나는 영화들도 있다. 하지만 타인의 삶은 정말 완벽한 결말을 가지고 있다. 비즐러가 자신을 도와주었던걸 알게 된 드라이만은 (여기서 알게 되는 과정도 굉장히 세련되게 풀어간다.) 경찰에서 쫓겨나고 우체부 생활을 하고 있는 비즐러를 찾아간다. 여기서 만약 직접 만나서 고마웠다거나 눈물을 흘렸더라면 조금 유치한 그저 그런 영화가 되었을지 모르지만 드라이만은 그를 만나지 않고 돌아간 후 소설을 쓰게 된다.
그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배달을 하다가 서점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보던 비즐러는 서점에 들어가서 책을 열어본다. 그리고 그 책의 가장 앞에는 <HGW에게 이 책을 받친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HGW는 비즐러가 도청 보고서를 작성할 때 사용했던 닉네임이다.)
그리고 “포장해 드릴까요?”라고 묻는 점원에게 비즐러는 “아니오. 이 책은 저를 위한 겁니다”라고 대답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어떤 사람의 말 한마디로 우리는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는 도청을 통해 드라이만의 인생자체가 비즐러에게 이식된다. 그로 인해 비즐러는 난생 겪어보지 못한 감정을 드라이만의 인생을 통해 느끼게 된다. 이렇게 극적이지는 않지만 우리도 이런 경험을 자주 하게 된다. 그건 여행이 되기도 하고 책이 되기도 한다. 이런 경험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감정의 영토를 넓혀가며 변화한다. 이영화 또한 그렇다. 여하튼 정말로 좋은 영화였고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도 있었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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