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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사이로 비치는 햇살같은 우리의 일상, 영화 퍼펙트 데이즈 리뷰

영화 주관적인 리뷰

by 차미박 2024. 8. 2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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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니아인 남자친구가 최근에 존오브인터레스트와 퍼펙트 데이즈를 봤는데 둘 다 좋았고, 특히 퍼펙트 데이즈를 본 후기를 말해주는데 그 후기를 듣고 너무 보고 싶어 졌다.

이런후기보고 안보고 배길수 있음?


근데 문제는 이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거의 없다는 것. 서울은 모르겠지만 부산에 사는 사람으로서 일단 일반 영화관에서는 이제 상영을 하지 않았고 유일하게 남포동에 <모퉁이 극장>이라는 독립영화 상영하는 작은 영화관에서만 상영을 하고 있었다. 고민을 하다가 토요일 오후에 보러 가기로 했다.



영화는 굉장히 잔잔하다. 한 남자의 하루하루가 반복되어서 나오는 과정 중에 미묘하게 다른 이벤트들이 생기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때문에 극적인 장면은 거의 없는 편이다.

#평화롭고 잔잔한 일상? 아니 치열한 일상


이 영화의 리뷰들을 보면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주인공’이라는 표현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그의 일상을 보며 그가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자신의 일을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고 또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것. 혹시 그런 일상을 살아본 사람들이 있다면 그게 얼마나 고되고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가수 박진영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열심히 살려면 에너지가 필요하고, 바르게 살려면 또 에너지가 필요하다. 퍼펙트데이즈의 주인공은 남들은 몰라줄지라도 스스로의 일을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해 나아가며, 자연을 해치지 않으려고 하며 주위사람들과 잘 지내고 바르게 살아간다. 그는 엄청나게 에너지가 필요한 일을 하고 있고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고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하루씩 사라져가는 하루를 기록하는 방법


주인공은 일하는 중간중간에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주로 그가 찍는 것은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비치는 모습이다. 쉬는 날이면 필름을 인화하고 인화한 사진들을 골라내서 실패한 건 찢어버리고 마음에 드는 사진만 골라 보관함에 넣어둔다.

몇 년 전에 나는 인생은 하나씩 사라져 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 있다. 모든 것이 허무해졌었다. 그 허무함의 늪에서 나오기 위한 방법이 주인공에게는 사진이었고, 과거의 나에게는 글이었다.

주인공이 같은자리에서 같은 햇살을 찍지만 그가 찍은 수백 개의 사진 중 똑같은 사진은 절대 없을 것이다. 겉으로 볼 땐 똑같아 보이지만 그날의 빛, 나뭇잎의 밀도, 흔들리는 정도는 모두 다르다. 우리의 일상도 그렇다. 다 똑같아 보이지만 하루하루 그 안을 채우는 사람, 사건, 이야기들은 모두 다르다. 다만 우리는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알아차리기 위해선 자기만의 의식이 필요하다.


영화 맨 끝에 코모레비라는 일본어가 나온다. 코모레비는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이라는 뜻이다.


나뭇잎사이로 비치는 햇빛은 주인공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매일 다른 일상을 상기시켜 주는 것이었을까, 또는 치열한 삶에서 숨 쉴 곳이었을까, 혹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를 살아낼 수 있게 해주는 선물이었을까.




영화 정보를 찾다가 영화평론가 이동진 님이 나와 비슷한 생각과 감상을 가진 것 같아서 공감 가서 가지고 왔다.




이상 영화 퍼펙트 데이즈 리뷰였다. 엄청나게 재밌거나 인상적인 영화는 아니었지만 주인공을 맡은 야쿠쇼 코지의 연기가 인상 깊었다. 그리고 놀라운 게 일본의 감성이 잔뜩 묻어나는 이 영화를 찍은 게 빔 벤더스라는 독일국적의 외국 감독이라는 사실이다.


영화를 보고 뭐 일상을 소중히 여겨야겠다거나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개인적으로 들진 않았다. 하지만 영화관을 나설 땐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의 일상을 깊이 들여다본 기분이었고 ‘아 저렇게도 살아가는구나’라는 담백한 인상을 받았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한 사람의 인생에 발을 담가보는 것만으로도 우리 인생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인생이 못 견디게 지루할 때 그가 뜨는 해를 보며 카세트 테이프를 틀던 그 순간이 떠오를 것 같다.

Ps.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듣는 걸 좋아하는 주인공인만큼 좋은 올드팝들이 많이 나온다. 영화를 다 보거 난 후 퍼펙트 데이즈 ost를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https://youtu.be/YV1 a0 ZjeIVw? si=m7 fz5 vnaZ6 d4 MlB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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