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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여 행복하라! <개인주의자 선언-문유석>

책 주관적인 리뷰

by 차미박 2023. 11. 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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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참 개인주의자인 것 같아”

위 같은 말을 친구에게 듣는다면 어떤 생각이 들 것 같은가? 나라면 ’뭐지? 내가 이기적이라는 건가? 내가 나밖에 모르고 주위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는 적어도 ’성격이 개인적이다‘ 라는 말은 긍정적인 의미로 풀이되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나는 개인주의다’라고 선언하는 것은 심하게 말하면 ‘나는 싹수없는 사람이다’라고 선언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에서 문유석 판사는 당당하게 자신이 개인주의자라고 선언을 한다. 첫 문장부터.

‘나는 사람들을 뜨겁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오히여 인간 혐오증이 있다고까지 할 수 있다’


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

2015년 9월 23일 초판 발행
280p

이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만국의 개인주의자여, 싫은 건 싫다고 말하라.
2부: 타인의 발견
3부: 세상의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기

1부에서는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 과거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개인적으로는 1부를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2부에서는 조금 더 현재 자신 주위로 범위를 넓혀간다. 판사로서 겪은 일들, 주변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 3장은 그보다 더 넓혀 우리나라, 사회, 세계사회 등으로 옮겨간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개인에서 주변 그리고 사회로 점점 확장된다.



개인적으로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재밌고 감동적으로 책을 읽었다. 참고로 문유석 작가는 <미스함무라비>라는 드라마의 원작 소설가이고, 2020년 2월 23년간의 법관 생활을 마무리하고 50대 초반의 이른 나이에 법복을 벗었다고 한다. 앞으로는 글 쓰고 여행을 하며 지낼 것이라고 한다.

#쉽게 접할 수 없는 판사의 이야기


우리는 판사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을 일이 얼마나 될까? 변호사, 검사는 그래도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판사라는 사람들은 다가갈 수도 없는 아우라를 가진 사람일 것만 같다.


또한 우리는 ‘어떤 판사가 어떤 결론의 내렸다더라’ 하는 결과론적인 이야기만 미디어를 통해서 듣는데 이 책을 읽다 보면 판결의 내리는 과정들이 얼마나 고단한지 느낄 수 있고, 판사님들이 다소 인간적으로 느껴지고 또 다른 의미로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왜 그렇게 공부를 잘해야 하는지도 알겠더라..)

문유석 판사님 실제 모습. 엄청 딱딱하고 근엄할것 같은 판사이미지와는 다르게 너무 선하고 친근하시다. 출처: 카카오페이지 유튜브


#실화라서 더 와닿는 생생한 비극


전직 판사님이 쓰신 책인 만큼 다양한 사건, 사고, 분쟁의 사례들이 나온다. 바로 옆에서 수많은 사건을 접해온 만큼 그가 전해주는 생생한 사례의 재판들은 소름이 끼치기도 하고 절망적이다. 한국에 시집(이라고 적고 팔려왔다고 부른다) 왔다가 남편에게 맞아 죽은 20살의 젊은 베트남 여자의 이야기를 보다가는 나도 모르게 버스에서 눈물을 흘릴 뻔했다. 물론 판사가 되는 건 엄청나게 어렵지만 만약 고단한 과정을 거쳐 판사가 되더라도 바로 앞에서 생생하게 사건을 바라봐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감정이 못 버텨줘서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나오는 사례들을 보면 글을 읽는 것만으로 슬프고 여운이 남는데 직접 앞에서 마주하는 법조인들은 어떨까.


#어쩐지 무라카미와 닮은


이 책에서 문유석 작가는 다양한 책, 인물들을 소개한다. 그중에 일본소설가 무라카미하루키가 3번 정도 나온다. 그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생각하는 방식이 담긴 문장이 있다.

‘철없게 들려도 할 수 없지만, 내 개인적인 성향으로는 이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은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하루키다. 그것도 지금처럼 거장이 되어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말씀을 한 마디씩 해줄 것을 요구받는 노벨상 만년 후보 하루키가 아니라, 일본사회에 얽매이지 않는 채 로마에 일 년, 크레타 섬에 일 년, 세계를 뿌리 없는 부평초처럼 자유롭게 떠돌며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소설과 소소하고 유치한 수필을 끝도 없이 써대던 예전의 하루키다’

문유석 작가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부러워하고 어쩐지 자신과 동질감이 느껴지는 존재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문유석 작가의 글에서도 비슷한 느낌이 난다.

#고질적인 한국의 사회적 문제


‘우리 스스로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굴레가 전근대적인 집단주의 문화고,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근대적 의미와 합리적 개인주의라고 생각한다’

우리 한국 사회의 문제점들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 <집단주의 문화>라는 것이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것, 똑같은 네모 안에 들어가 있지 않으면 비교하고 차별하는 문화.


‘개인의 행복을 위한 도구인 집단이 거꾸로 개인의 행복의 잣대가 되어버리는 순간, 집단이라는 리바이어던은 바다괴물로 돌아가 개인을 삼킨다’


“개인이 먼저 주체로 서야 타인과의 경계를 인식하여 이를 존중할 수 있고, 책임질 한계가 명확해지며, 집단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에게 최선인 전략을 사고할 수 있다.”


‘합리적 개인주의자는 인간은 필연적으로 사회를 이루어 살 수밖에 없고, 그것이 개인의 행복 추구에 필수적임을 이해한다. 그렇기에 사회에는 공정한 규칙이 필요하고, 자신의 자유가 일정 부분 제약될 수 있음을 수긍하고, 더 나아가 다른 입장의 사람들과 타협할 줄 알며, 개인의 힘만으로는 바꿀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햐해 타인들과 연대한다.’

전에 김누리 교수님의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이런 문화가 생겨난 과정, 역사, 현재에 미치는 영향등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충격도 많이 받고 감동도 많이 받고 책 제목처럼 ‘그래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게 아니구나!‘라는 큰 깨달음을 주었다. 이런 우리나라의 문화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이 책도 적극 추천한다.




인간은 한정된 환경 안에서 한정된 경험을 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아프리카에 가난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그렇고, 두바이 빌딩 높은 곳에서 사는 부자도 그렇고 이렇게 한국에 작은 도시에 평범하게 살아가는 나도 그렇다. 그 환경 안에서 살아가다 보면 그 환경에 맞는 생각, 행동만을 하며 그게 세상의 전부인양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것들을 깨 주는 게 ‘독서‘다. 누군가가 그랬다. 독서는 우리가 모두 경험할 수 없는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나는 이 책을 보며 전국수석의 천재 아이면서 판사, 그 너머 따뜻한 마음을 가진 건강한 개인주의자인 문유석 작가님의 삶을 간접 경험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내 인생에서 또 이해할 수 있는 범위가 조금은 더 넓어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가장 따뜻했던, 마지막 문장을 공유하며 이야기를 마치겠다.


’한 개인으로 자기 삶을 행복하게 사는 것만도 전쟁같이 힘든 세상이다...(중략) 그런 개인들이 서로를 보듬어주고 배려해 주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또 그렇기에 얼마나 귀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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