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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강력한 이야기가 가득 담긴 김연수 작가의 단편 소설집 <이토록 평범한 미래> 리뷰

책 주관적인 리뷰

by 차미박 2023. 10. 2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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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한국 소설을 읽었다. 개인적으로는 원래 한국 문학을 잘 안 읽는 편인데 최근에 여러 가지 이유로 한국문학을 더 많이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던 참에 도서관에서 발견한 책이 <이토록 평범한 미래-김연수>이다.

김연수 작가님의 책은 읽어본 적이 없지만 김연수 작가님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던 터라 그의 소설이 궁금해졌다.


김연수 작가
본명: 김영수
출생: 1970년
활동기간: 1993-현재
수상내역
2001년 동서문학상
2003년 동인문학상
2005년 대산문학상
2007년 황순원문학상
2009년 이상문학상


이토록 평범한 미래


작가: 김연수
발행일: 2022년 10월 07일

이 책은 2013년 이후 9년 만에 펴내는 김연수 작가의 단편 소설집이다. 이 책은 2022년에 작가 50명이 뽑은 올해의 소설로 선정되기도 했다.


목차

1. 이토록 평범한 미래
2. 난주의 바다 앞에서
3. 진주의 결말
4. 바얀자그에서 그가 본 것
5. 엄마 없는 아이들
6.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
7. 사랑의 단상 2014
8. 다시, 2100년의 바르바라에게



오늘 따끈하게 이 책을 다 읽었다. 다 읽는데 5일 정도 걸렸다. 약간씩 어려운 문단들이 있었지만 꽤 술술 읽히고 스토리도 재밌어서 빨리 읽어 내려갔다.

#한글 소설의 매력


위에 말한 것처럼 나는 한국작가의 소설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었다. 알게 모르게 세계적인 외국 작가들이 더 낫다는 편견이 있었던 것 같고, 내 시간을 써서 책을 읽는다면 더 나은 작가, 상을 받은 작가들의 글을 읽는 게 더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한국소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직접적 계기는 영어, 프랑스어등 제2 외국어를 배우면서다. 제2 외국어를 배우면서 언어는 단지 글자가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 생각방식, 영혼을 담는 그릇이구나라는 것을 알았다. 그것이 바로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1:1로 치환할 수 없는 이유이다.

한 가지 일례로 한글로 ’ 재벌‘이라는 단어가 있다. 재벌은 영어로 1:1로 바뀔 수 없기 때문에 영어로도 재벌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아무리 외국인이 재벌의 사전적 의미 <총수나 그 가족이 지배하는 기업집단>이라는 의미를 안다고 해도, 우리가 ‘재벌’하면 떠오르는 ‘갑질, 재벌 3세, 일일 드리마 단골소재‘ 까지 포함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글을 읽느냐 아니냐는 그 글의 깊이를 이해하는데 큰 차이를 줄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로 한글의 문화적 맥락을 잘 알고 있는 우리는 프랑스어나 영어가 번역된 글보다 한글로 된 소설을 더 깊이 있게 작가와 소통하며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같은 문화적 문맥을 가진 한국 소설을 모국어로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은 소설을 읽는 내내 나에게 은은한 기쁨을 선물해 주었다.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 이별


소설들에 나오는 인물들은 다양한 것들과 이별한다. 부인을 잃기도 하고 아이를 잃기도 한다. 연인을 잃기도 하고 할아버지를 잃기도 한다. 그리고 그 주인공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상실감을 채워 나간다.


#과거, 현재, 미래

이토록 평범한 미래
이토록 평범한 미래


이 책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는 꽤 자주 나온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에서도, ‘다시, 2100년의 바르바라에게’에서도 작가는 과거를 기억하기보다 미래를 기억하라고 한다.

다시, 2100년의 바르바라에게


사실 ‘기억’이라는 것과 ‘미래’라는 것은 상식적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기억이라고 하는 것은 이미 일어난 일, 과거의 일에 대한 것이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기억한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에서 작가는 미래를 기억하라고 말한다.

<다시, 2100년의 바르바라에게>에서 자신의 여동생을 죽인 원수를 몇십 년이 지난 뒤 기차에서 마주치고, 피가 거꾸로 솟는 분노를 경험하지만 그를 그 분노에서 꺼내준 건 과거에 대한 기억이 아니라 미래의 자식과 손주에 대한 기억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어렴풋이나마 작가가 말하려고 하는 바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은 소설은 현대 시대상을 담아낸다.


이 책은 2022년에 초판이 출판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 한국의 국내 시대상황을 많이 드러내고 있다. <난주의 바다 앞에서>에서 주인공과 대학시절 사랑했던 사람과 재회하는 장면에서 코로나 유행으로 인해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거나, <다시, 2100년의 바르바라에게>에서 코로나 시국으로 할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하고 장례식장에도 많은 사람들이 오지 못하는 상황들이 그렇다. 또한 2014년 세월호 사건도 몇 번 나온다. 외국 고전 소설을 읽으면 그 시대 상황들이 나오는데, 그럴 때마다 조금 나와 먼 이야기 같고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 소설은 현대 한국의 시대상황을 잘 반영되어 소설을 풀어가다 보니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너무 잘 이입해서 봤던 것 같다.

#소설은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


마지막으로 내가 이 소설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절을 끝으로 마무리하겠다.

”모든 믿음이 시들하는 순간이 있어. 인간에 대한 신뢰도 접어두고 싶고,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을 것 같은 때가. 그럴 때가 어쩔 수 없이 낙관주의가 되어야 할 순간이지(중략)
그분들은 왜 그렇게 했던 이야기를 하고 또 할까? 나는 왜 같은 이야기를 읽고 또 읽을까? 그러다 문득 알게 된 거야. 그 이유를. “
“언젠가 그 이야기는 우리의 삶이 되기 때문이지.”



소설을 읽으면 역시 유명한 분은 유명한 이유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좋은 작가님을 이제야 알게 되다니 라는 아쉬움도 있지만 반대로 아직까지 볼 수 있는 그의 작품들이 많이 남았다는 사실은 나를 설레게 한다. 얼른 그의 다른 작품들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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