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리뷰: 치유와 행복을 위한 여행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개봉일: 2010년 9월
러닝타임: 2시간 19분
감독: 라이언 머피
출연진: 줄리아 로버츠, 제인스 프랭코, 리처드 젠킨스, 빌리 크루덥, 하비에르 바르뎀
원작소설: 엘리자베스 길버트 <먹고, 기도하고, 시랑하라>
줄거리: 안정적인 직장, 번듯한 남편, 맨해튼의 아파트까지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지만 언젠가부터 이게 정말 자신이 원했던 삶인지 의문이 생긴 서른한 살의 저널리스트 리즈. 결국 진짜 자신을 되찾고 싶어진 그녀는 용기를 내어 정해진 인생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보기로 결심한다. 일, 가족, 사랑 모든 것을 뒤로한 채 무작정 일 년 간의 긴 여행을 떠난 리즈. 이탈리아에서 신나게 먹고 인도에서 뜨겁게 기도하고 발리에서 자유롭게 사랑하는 동안 진정한 행복을 느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제 인생도 사랑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나는 이 영화를 원작 소설로 먼저 접했다.
당신의 인생이 바닥인 것 같을 때,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엘리자베스 길버트 - https://chamy.tistory.com/m/116
소설을 너무 재밌게 읽어서 영화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정판 책 앞부분을 보면 원작 소설 저자인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10주년 소감문을 적었는데, 워낙 줄리아 로버츠가 나오는 이 영화가 히트를 쳐서 자신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이 자기가 다 줄리아 로버츠처럼 생긴 줄 알아서 난처할 때가 있다고 한다. (참고로 이 영화의 내용은 원작 소설가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여하튼 나는 소설을 먼저 보고 영화를 봤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계속 원작소설과 영화를 비교를 하며 읽게 되었다.
#책의 모든것을 설명하기엔 너무 짧은 2시간
원작 소설은 약 600페이지의 분량으로 꽤 두꺼운 분량이다. 그 많은 분량의 이야기를 넣기에 2시간은 짧은 시간이다. 그래서 책속에 나오는 많은것들이 영화에서는 생략되거나 줄여졌다.
원작 소설에서는 리즈가 이혼을 결심하게 되는 과정과, 그 과정 속에서 오는 고통들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부분이 앞쪽에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그 부분이 리즈의 심리와 생각을 잘 드러내주는 것 같아서 좋아하는데, 영화에서는 아무래도 본론(여행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뤄야 하다 보니 그 이유와 맥락들이 생략된 부분이 많은 게 아쉬웠다.
같은 맥락으로 영화에서는 리즈가 이혼 소송 중 갑자기 데이비드랑 사랑에 빠지고, 또 너무 맥락 없이 갑작스럽게 데이비드가 변하고 싸워서 헤어지는 장면이 나온다. 이 부분도 소설에서는 납득이 갔는데 영화에서는 좀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위해 빨리 처리한 느낌이 있어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름다운 풍경과 줄리아 로버츠가 주는 시각적 즐거움
이탈리아는 사실 크게 내가 관심이 있는 나라는 아니었다. 오히려 영국이나 프랑스가 궁금했었다. 하지만 이 소설과 영화를 보면 이탈리아의 매력에 빠져든다. 리즈가 행복한 표정으로 먹는 이탈리아의 파스타와 젤라토, 커피를 마시러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 각각의 다른 풍경을 간접적으로 보는 게 꽤 즐겁다. 거기에 더해 줄리아 로버츠의 시원한 웃음과 아름다움도 함께 더해지니 시각적인 즐거움이 배가 된다.
#생략된 역사적 사실들
원작 소설에서는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 각각 나라에 대한 역사적인 사실이 자주 나온다. 왜 그 나라가 그런 문화를, 그런 사람들의 태도를 가지게 되었는지를 설명해 주기 위해서다. 역시나 영화의 한계로 그런 배경지식까지는 담아내지 못했다.
원작에서는 와얀에게 집을 사주는 과정에서도 인도네시아 문화에서 비롯된 갈등이 꽤 비중 있게 나오는데 그 부분이 나오지 않는 것도 아쉬웠다.
#원작소설과 인물 싱크로율
소설을 먼저 읽으면 인물들의 생김새를 내가 먼저 상상해 보게 되는데, 꽤 예상한던 싱크로율이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다.
리즈가 이혼 후 사랑에 빠진 매력적인 배우, 데이비드.
인도에서 리즈에게 독설을 퍼붓기도 하고 따뜻한 말로 위로를 하며 가장 많이 명언을 날려준 리처드.(이 배우의 실제 이름도 리처드다)
마지막으로 인도네시아에서 만나 리즈가 최종적으로 사랑에 빠지는 펠리페. 원작에서는 리즈가 34세, 펠리페 50대 초 중반?으로 나온다.(하지만 그러게 보이지 않는 건강하고 젊은 몸을 가지고 있다고 쓴다) 영화가 그 설정을 따랐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50대라고 하기엔 다소 젊어 보이는 인물인데, 블로그를 쓰며 자료조사를 하다 보니, 줄리아 로버츠보다 2살이나 어리다... 근데 20살 정도 많은 역할을 했다.. 줄리아로버츠가 어려 보이는 건지 하비에르 바르뎀이 나이 들어 보이는 건지..
67년생 줄리아 로버츠.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 나왔을 때는 42살? 정도였다.
줄리아 로버츠보다 2살 동생인 하비에르 바르뎀. 이 배우는 처음 봤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우리 대부분이 알고 있는 짤의 주인공이었다.
이 사람이 위 사진과 동일인물이다. 명작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악역으로 출연해서 깊은 인상을 주었다. 거의 얼굴 갈아 끼운 거 아닌가..
#나에게 어울리는 나라는 어디일까
리즈는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 3개의 나라를 여행한다. 먼저 이탈리아. 그곳에서 그녀는 순간의
온전한 쾌락과 즐거움에 집중한다.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 그녀는 행복했지만 왜인지 모르게 동떨어진 것처럼 느껴졌고 그곳이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다음은 인도. 그곳에서 수련을 하며 평화를 찾았지만 그 역시 자신의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음은 인도네시아. 이곳에서 그녀는 순간의 행복과 평화의 밸런스를 찾는다. 영화에서 나오지는 않지만 리즈는 결국 뉴욕으로 돌아온다. 결국 그녀가 돌아가야 할 곳은 그녀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뉴욕이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보다는 원작 소설이 훨씬 재미있었다. 하지만 영화 역시 소설로는 느끼지 못했던 시각적인 즐거움이 있었기에 나름대로 재밌었던 것 같다. 여행의 몽글몽글함을 느끼고 싶을 때, 마음이 어지럽고 복잡할 때 보면 좋을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