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주관적인 리뷰

무라카미 하루키 6번째 장편소설 <댄스댄스댄스> 후기

차미박 2023. 10. 17.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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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하루키의 소설은 확실한 힘이 있다. 나에게는 특히. 그의 소설은 나를 현실이면서도 현실이 아닌 세계로 곧잘 데리고 간다.

최근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2개 연달아 읽었다. 최신작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과 오늘 따끈하게 다 읽은 ‘댄스댄스댄스’다. 댄스댄스댄스는 총 2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4달 전인가 도서관에서 상권을 빌려서 읽고 하권을 빌리려고 했는데 몇 주간 타인에게 대출 중이라서 읽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에 우연히 도서관에서 하권이 있는 걸 보고 빌려서 다시 읽기 시작했다. 스토리가 기억나지 않으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앞쪽을 읽다 보니 앞의 스토리들이 점점 기억이 나서 매끄럽게 읽어졌다. 그리고 크게는 상권과 하권의 전체적 일어나는 사건들이 달라져있어서 (상권에서는 호텔에서 일어나는 일이 메인이라면 하권은 유키와 고탄다의 내용이 주를 이룬다.) 약간은 분리해서 읽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물론 전체 스토리는 이어진다.)


#이제서야 나는 하루키의 모든 글을 좋아한다고 인정할 수 있다.


사실 이 전에까지는 누군가가 “무라카미하루키 좋아해?”라고 물어보면 “음.. 엄청 좋아하는 건 아닌데 그의 소설 몇 권을 읽었어. 그리고 그의 소설보다는 그의 에세이류의 글들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라고 답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두 개 연달아 읽고 나니 나는 이젠 확실히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그의 팬이야. 그의 소설, 에세이 가리지 않고 모든 책을 좋아해!”


#하루키의 초기 3부작의 종지부


댄스댄스댄스는 무라카미가 1987년 12월 17일에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해 1988년 3월 34일에 완성한 그의 6번째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무라카미의 앞선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1973년의 핀볼> <양을 쫒는 모험>의 주인공과 동일 인물이다. 앞선 3개의 책을 다 읽어보지 못해서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딱히 내용이 이어지는 게 아니라 글을 읽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세계관정도가 이어져있다고 할까?) 하지만 댄스댄스댄스를 너무 재밌게 읽었기에 나머지 책 3개도 빠른 시일 내에 읽으려고 한다.


#책을 관통하는 주제. 춤


“춤을 추는 수밖에 없어. 그것도 남보다 멋지게 추는 거야. 모두가 감탄할 만큼 잘 추는 거지.”

춤은 이 소설에서 계속 나오는 소재이다. 이 춤에 대해서 책을 읽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맨 뒷장에 역자의 해설을 보니 조금이나마 더 이해가 되었다.

‘춤을 춘다는 것은 음악과 분위기에 잘 맞추고, 파트너의 발을 밝지 않도록 신경 쓰고, 다른 커플들과 부딪치지 않게 하는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 춤을 춘다는 것은 ’나‘자신이 자기 이외의 모든 사람과의 관계성을 회복하고 새로이 정립해 나가는 적극적인 행동의 비유임을 알 수 있다.’-389


#하루키 소설의 세계를 이어주는 소재 <그림자>


<그림자>라는 소재가 여기서도 등장한다. 그림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가장 최근 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에서 주된 소재로 쓰였었다. 댄스댄스댄스에서는 그림자가 메인은 아니지만 뒤쪽에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꿈속에 나온 키키가 주인공에게 파트너와 함께 춤을 추고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사실은 너 자신과 춤을 추고 있었던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초반에 출판된 책 커버를 보면 여자 그림자와 춤을 추는 듯한 남자가 표지로 쓰여 있는 걸 보니 꽤나 소설에서는 중요한 역할이었던 것 같다.



#나, 키키, 메이, 딕 노스, 고탄다, 유키, 유미요시


이 소설에서는 꽤 많은 등장인물이 나온다. 모든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 같고 매력적이었다.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인물은 키키였고, 이해되었던 인물은 ‘나’이다. 이 감상블로그를 쓰면서 ‘나’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한참 책을 뒤졌다. 그럼에도 보이지 않아서 인터넷에 찾았는데 충격적인 건 이 책에서 ‘나’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름을 말히지 않았음에도 소설을 매끄럽게 끌고 나가는 것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여하튼 가장 정이가고 안쓰러웠던 인물은 딕 노스였고, 유키 또한 어린 나이에 불쌍하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400장에 이르는 책을(하권만 400장) 3일 만에 다 읽었다. 재밌어서 아침에 일어나서 보고, 저녁에 자기 전에 조금 보고 출근하면서 보고 친구 기다리면서 보고 그랬다. 확실히 그의 소설에는 사람을 이끄는 무엇인가가 있다. 그의 소설의 주인공들이 항상 그렇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