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작가 소설 7년의 밤 리뷰 (영화와 원작 소설 비교)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524p
출간일: 2011년
줄거리
우발적으로 한 소녀를 차로 치어 죽이는 사고를 치고,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나중에는 자기가 경비 근무를 섰던 댐 수문을 열어 세령마을 주민들 대다수를 몰살시킨 희대의 살인마로 기억에 남은 비운의 남자 최현수와, 최현수가 세령을 차로 치어 죽였던 사고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최현수의 부하 직원인 안승환, 그리고 최현수가 죽인 소녀 오세령의 아버지이지만 동시에 자기 가족들을 폭압적으로 지배했던 소시오패스 치과 전문의 오영제, 그리고 아버지 최현수의 죄 때문에 오랫동안 고통받아야 하는 삶을 살게 된 최현수의 아들 최서원 이 네 사람의 7년에 걸친 악연을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한국 소설을 거의 읽지 않았던 나지만 최근에 김연수 작가, 정세랑 작가, 한강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서 점차 번역되지 않은 문체와 익숙한 지명을 접하며 소설을 읽는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던 중 예전부터 한번 읽어보고싶었던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을 밀리의 서재에서 발견하여 읽기 시작했다.
정유정 작가는 독특하게 문학이나 문예창작을 전공하지않고 간호학과를 나와서 간호사를 하다가 등단을 했다고 한다.(이런 스토리 너무 좋다..) 내 친구 중에 국문학과를 나온 친구가 있는데 몇 년 전 학교의 강연에 정유정 작가님이 초청되어 왔다고 한다. 그 친구의 말로는 굉장히 털털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이라고.
7년의 밤은 처음엔 가볍게 시작했는데 엄청난 몰입도때문에 500페이지 되는 분량을 거의 3일 만에 다 읽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책장이 넘어가는 게 아까웠고, 다 읽고 났을 때는 아쉬움과 묘한 먹먹함이 들었다.
7년의 밤은 장동건과 류승룡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 져서 대중들에게도 유명하다. 나는 소설을 읽고 나서야 이 영화의 정보와 등장인물에 대해 찾아봤는데, 소설을 읽기 전에 등장배우를 봐버리면 그 이미지로 등장인물이 굳어져 다양하게 상상해서 소설을 읽는데 방해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질문을 던져주는 이야기
최현수는 악인인가? 술에 취한채 한 소녀를 차로치고 그 소녀를 저수지에 유기를 하고, 자신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한 마을을 수몰시켜 많은 사망자를 낸 사람. 사형을 기다리는 사형수. 이 많은 수식어들은 그는 명확하게 악인이라고 가리키고 있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가 절대 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 것 같다.
반면에 자신의 부인을 정신적으로는 살해하고 자신의 딸도 결국 죽음으로 몰고간 오영제. 최현수 앞에서 아들 최서원을 죽이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짜고 그리고 최현수의 아내를 살해했지만 그 사실을 들키지 않은 그는 과연 최현수보다 악하지 않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한다.
한국식 추리소설의 매력
추리소설로 유명한 외국작가들은 많다. 셜록홈즈라던지 일본의 히가시노게이고가 쓴 책들. 정말 재밌지만 읽다 보면 왠지 100퍼센트 이해하지 못하는 기분이 드는 건 그 소설에서 나오는 지명이나 문화적인 어떤 것들이 우리나라와 다르기 때문인 듯하다. 나는 한국 추리소설은 이번에 처음 읽어봤는데 물론 7년의 밤에서는 가상의 ‘세령마을’을 만들어 이야기가 진행되긴 하지만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이름, 지명, 문화 등이 친숙했기에 다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결국에 나도 괴물일지도 모른다.
아빠인 최현수가 목숨을 걸고 지켜낸 아들. 최서원. 엄마는 죽고 아빠가 감옥에 가자 고아가 된 그는 친척집을 전전하며 떠돌아다닌다. 큰 사건을 숨기고 지내려 하지만 서원이 적응하려고 하면 어김없이 선데이 매거진에서 그 사건과 관련된, 그 살인마의 아들이 최서원이라는 기사가 실린 매거진이 그의 주변 사람들에게 배달된다. 그럼 서원은 모든 걸 뒤로한 채 다시 떠돌이 생활을 반복한다. 어린아이를 세상 끝으로 몰고 가는 사람들에 대해 회의감이 들지만, 만약 나라면, 내 주위에 그런 사건에 연루된 사람이 있다면 나는 과연 편견 없이 그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마 어렵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도 소설 속에서 서원이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그 익명의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을지도 모른다.
(번외)
영화 7년의 밤 캐스팅을 내가 다시 한다면
개인적으로 영화화된 7년의 밤의 캐스팅은 아쉬웠다. 물론 사람마다 소설을 읽고 그리는 이미지가 다르겠지만(또 그게 매력이겠지만) 나에게는 소설 속에서 그려지는 인물들과는 조금 매치가 안 되는 느낌이 드는 캐스팅이 있었다. 우선 영화 7년의 밤 캐스팅은 이렇다.
최현수- 류승룡
최서원- 고경표
안승환- 송새벽
오영제- 장동건
개인적으로 안승환역의 송새벽은 내가 상상했던 이미지와 너무 비슷하고 너무 잘 어울려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연기 역시 엄청 잘해서 인상 깊었다. 반면에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최현수와 서원의 캐스팅은 조금 아쉬웠는데, 전직 야구선수였던 최현수의 경우 소설 속에서 덩치와 키가 매우 크고 조금 둔한 느낌인 반면에 속은 여리고 순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이미지의 인물이었다.
류승룡배우가 연기도 굉장히 잘했지만 개인적으로 덩치가 조금 더 큰 배우가 했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역할의 배우를 떠올리다가 얼마 전에 예능 먹찌빠에 나왔던 이규호라는 배우가 떠올랐다.
키가 190 정도고 덩치가 크시다. 그리고 무표정일 땐 날카로워 보이지만 웃으면 순박해지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 아들에겐 한없이 순하고 오영세에겐 날카 로운 그런 이미지를 주기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류승룡 배우도 물론 연기를 아주 잘했지만 이미지면에서는 조금 아쉬웠다.
그리고 큰 서원의 역할은 고경표가 맡았는데 가장 잉? 했던 캐스팅이었다. 물론 연기는 잘했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의 이미지는 조금 더 여리여리한 소년미가 남아 있고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한 사연 있는 얼굴이 있는 사람이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내가 개인적으로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장동윤 배우다.
소년의 분위기가 나면서 사연 있어 보이는 이미지가 있는 장동윤 배우가 꽤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오영재역은 워낙 장동건이 연기를 잘하긴 했지만 역할자체가 조금 더 악한 느낌이 강하면 좋을 것 같아서 생각한 건 엄기준 배우였다.
조금 더 차갑고 뒤로 숨기는 게 많은 것 같은 느낌인데, 또 너무 전형적인 악역? 느낌이라서 뻔할 것 같기도 하고..
여하튼 책 리뷰하다가 멀리도 돌아왔다. 너무 재밌게 봐서 영화도 찾아보고 혼자서 가상 캐스팅도 해봤다. 만약 재밌는 한국 추리 소설을 찾고 있다면 정유정의 7년의 밤을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