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의 개인적인 최대 목표는 ‘생산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2024년 시작하는 일기에도 그렇게 적었던 것 같다. 효율이라곤 눈곱만치도 모르고 살아온 나에게 점점 많아지는 일과 책임감은 나날이 갈수록 버거워지기만 했고,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효율, 자동화, 생산성’이라는 것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이 주 전에 다녀온 도서관에서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구들에 홀린 듯 빌려서 읽기 기작 했다.
저자: 크리스 베일리 Chris Bailey
<일하는 시간을 줄여 드립니다>라는 제목부터가 무척이나 끌린다. 일하는 시간을 줄여준다니. 모두가 원하는 일 아니겠는가? 이 책은 크리스 베일리라는 생산성 전문가가 1년간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모든 방법들을 실제로 실험해 보고 그 결과를 토대로 생산성이 높아지는 방법에 대해 쓴 책이다. 실제 자신이 경험한 일인 만큼 이론적인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생하고 생활에 밀접하게 맞닿은 그의 경험을 들을 수 있다.
작가 크리스 베일리의 프로필도 신선하다. ‘생산성 전문가’라는 타이틀에 맞게 그는 십 대부터 ‘생산성’그 자체에 큰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 보통은 일이나 공부를 위해 생산성을 공부하는, 즉 보조수단으로 여기는 반면 크리스 베일리는 생산성 자체에 목적을 두고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캐나다 출신으로 1989년에 태어나 비교적 젊은 나이인 그가 유명해진 것은 생산성 프로젝트를 기록한 웹사이트 덕분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 그에게는 좋은 회사의 취업이라는 선택권이 있었지만 그 선택을 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1년 생산성 프로젝트라는 걸 진행한다. 이 프로젝트의 내용으로는 <스마트폰 하루 1시간 쓰기, 열흘간 고립되어 일하기, 카페인과 설탕 완전히 끊기, 주 20시간 근무와 주 90시간 근무의 효율 비교하기> 등 이 있었다. 이 실험들을 진행하면서 진행 과정들을 본인의 웹사이트에 업로드했고 큰 화제가 되어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 저널의 관심을 받았으며, 그의 TED 강의 영상은 16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책은 최고의 실용서다. 물론 몇몇 학술적 자료가 언급되긴 하지만 그것은 그의 경험을 뒷받침하거나 뒷받침하는 근거를 설명하기 위함이지 이 책은 전반적으로 직접 그가 경험한 생생한 경험을 토대로 서술된다.
그는 생산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 세 가지 요소는 <시간, 에너지, 주의력>이다. 여기서 시간은 절대적인 것이다. 재벌 3세라고 해서 하루에 30시간을 가지는 것도 아니고 가난한 사람이라고 해서 18시간을 가지는 것도 아니다. 동일하게 24시간을 가지고 있다. 물론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시간은 동일한 조건이자 불변의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주어진 시간 안에서 에너지와 주의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에 대해 더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한다.
생산성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생산성이란 무엇일까? 더 많은 일을 해내는 게 생산성일까? 크리스 베일리는 말한다.
생산성은 더 많은 일을 하는 것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옳은 일을 하는 것이다.-53p
때문에 크리스 베일리는 우선 일을 하기에 앞서 가장 영향력 있고 중요한 일을 가려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크리스베일리가 제안한 가장 실용적인 방법은 3의 법칙이다. 이 법칙은 간단하다.
1. 매일 하루를 시작할 때 그날이 저무는 시점으로 머릿속의 시계를 빠르게 돌려 자신에게 질문한다. 하루가 다 지나갈 때 성취하고 싶은 세 가지 일이 무엇인가? 그러고는 결정한 내용을 적어둔다.
2. 주간단위로도 매주 초에 같은 방법을 적용한다.
해야 할 일을 정하고 적어두는 건 많은 자기 계발 서적에 나왔던 이야기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걸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않는다. 나는 이 책을 보자마자 바로 실천에 옮기기로 했다.
이 책에서 새롭게 알게 되었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는 각자마다 <생물학적 황금 시간대>가 있다는 개념이었다. 잘 생각해 보면 각자 일을 하면서 각자 일이 잘되는 시간대가 있을 것이다. '나는 밤에 집중이 잘돼' 라던지 '아침에 효율이 좋아'라던지 그런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집중력에 대해서 더 깊게 생각해 보려고 한 적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베일리는 이 시간대가 정말 중요하며 각자 생물학적 황금 시간대를 한껏 살려야 생산성을 극도로 높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출근을 하고 아침시간이 머리가 잘 돌아가고 생산적이라고 느끼고, 퇴근하기 전 5-7시가 가장 에너지나 아이디어가 떨어진다고 느낀다. 나의 경우에는 아침시간대를 무조건 확보하며 생산성이 필요한 일을 배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생물학적 황금시간대를 잘 아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또한 현대인들은 카페인이나 알코올등 많은 외부 물질들에 노출되어 있어 이 생물학적 시계가 올바르게 작동되지 않을 때가 많다고 한다. 때문에 정확히 자신의 생물학적 황금 시간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카페인과 알코올, 설탕을 1주일 이상 끊은 다음 측정을 하는 게 정확하다고 한다.
사실 나도 이 내용을 보고 카페인과 알코올 끊기를 시도했다. 알코올을 끊는 건 꽤 쉬웠지만 진정한 K-한국 직장인으로서 커피를 끊기가 너무 쉽지 않았다. 변명일지 모르지만 저번주는 유난히 중요한 업무와 바쁜 일이 많아서 더 카페인이 필요했기도 하고. 어쨌든 일이 조금 진정되면 카페인과 알코올을 끊은 후 나의 생물학적 시간대를 다시 제대로 측정해보고자 한다.
1주일간 자극제 섭취를 끊은 다음에는 일을 하면서 매시간 자신의 에너지 수위를 측정해야 한다. 1-10까지의 정도를 매 시간에 점수를 매기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 토대로 자신이 생물학적 황금시간대를 파악한다. (권장 기록 기간은 2-3주)
미루는 것은 불편한 것을 최대한 피하려고 하는 인간의 본성이다. 하지만 미루는 것은 우리의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든다. 미루는 습관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생산적인 삶에 한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아래는 베일리가 제안한 미루지 않는 방법 3가지다.
1. 미루기 목록을 만들어라
일을 미룰 때 대신 할 가장 의미 있고 영향력 높은 업무의 목록을 만들라
2. 비용을 목록으로 열거하라.
일을 미룰 때 발생하는 모든 비용들을 빠짐없이 정리하는 것이다.
3. 일단 시작하라
타이머를 설정하고 15분만 하는 식으로 일단 시작하라. 일단 시작하고 나면 생각보다 일이 골치 아프지 않은 경우가 많다.
뭐 사실 우리도 다 알고 있지만 잘 안 되는 것이다. 왠지 미루기 목록을 만드는 것도 미룰 것 같은 느낌이랄까… 개인적으로 효과를 많이 보는 건 3번이다. 일단 시작하는 것. 저건 나도 꽤 효과를 많이 봤던 일이다. 생각을 많이 하지 말고 일단 움직여서 뭐라도 시작하면 미루던 일이 별게 아니란 걸 알게 되고 빠르게 처리할 수도 있게 된다.
오늘날 시간은 더 이상 돈이 아니다. 이제 생산성이 돈이다.
예전에는 시간이 돈이었다. 공장을 인력으로 돌리던 산업화 시대에는 들이는 시간만큼 많은 걸 만들 수 있었기에 시간이 곧 돈이었다. 하지만 이젠 지식산업의 시대로 시대가 바뀌었고 단순히 시간을 많이 투입하는 것은 고부가 가치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이제는 생산성이 돈이 되는 시대다. 오히려 장시간 일할 경우 에너지와 집중력이 낮아져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 뜨릴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많은 IT기업에서 자율 근무제를 시행하는 이유도 그렇다.
크리스 베일리는 우리 뇌의 역할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인간의 뇌는 문제를 해결하고 점들을 연결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기 위해 설계된 도구이지, 표출할 수 있는 정보를 저장하기 위한 장소가 아니다.-212
우리의 뇌는 애초에 기억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으며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기 위해 설계된 도구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기억할 것들은 기록을 통해서 저장해 뇌의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표면화된 해야 할 업무들을 관리하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고 한다.
표면화에 대한 관점도 흥미로웠다. 나 역시도 기억력이 좋지 않은 편이라 잘 잊어버리고 다녔는데 그걸 기억날 때마다 적어둔 이후로는 기억에 대한 압박감도 줄었고 더 많은 걸 잊지 않고 처리할 수 있었다.
엄청나게 바빴을 때를 한 번쯤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시간에 쫓기고 눈앞에 있는 일을 쳐내기만으로도 벅찬 그럴 때가 있을 것이다. 물론 당장 30분 앞에 마감시간이 있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바쁠 때일수록 일에 거리를 두고 지금 잘 가고 있는지 방향은 맞는지 일을 다르게 처리할 방법은 없는지를 고민한 후 착수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빠르게 일을 처리할 수 있기도 하다.
요즘엔 정보의 과잉 시대라고 말한다. 홍수같이 새로운 정보들이 쏟아지고 우리는 그걸 받아먹으려고 입을 벌리고 서있다. 하지만 우리의 입 크기는 한정되어 있고 입으로 들어올 수 있는 정보는 아주 미세하다. 우리는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기보다는 들어온 정보를 꼭꼭 씹어 소화시키는 과정이 더 필요하다.
크리스 베일리는 [대청소의 날]이라는 것을 정해서 이때까지 하고 있는 일, 잘한 것, 성취한 것, 아쉬운 것 등의 리스트를 정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업무와 프로젝트, 책무를 표면화하면서 생각이 백일몽 모드로 빠져들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이를 행하는 정확한 방법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생각이 방랑 모드일 때마다 반드시 뇌리에 떠오르는 것들을 포착해 훌륭한 아이디어가 단 한 가지라도 빠져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258
이 주제에 대해서는 많은 생산성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말한다. NO
멀티태스킹은 생산성을 높이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해를 끼친다.
멀티태스킹은 도파민에 중독된 피드백 회로를 만들어내고, 끊임없이 외부 자극제를 찾으려다가 집중력을 상실한 뇌에 효과적인 보상을 주는 것이다.-286
내 인생을 바꾼 것들 중 ‘명상’은 단연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다. 크리스 베일리 역시 매일 30분 정도의 명상 시간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 역시 명상과 마음 챙김의 중요성을 여러 번 말한다.
표면적으로 마음 챙김과 명상은 생산성과 대립되는 개념으로 보인다. 하지만 생산성이 더 많이 더 빠르게 해치우는 것이 아니라 일을 더 지혜롭고 보다 의식적으로 처리하는 것에 관한 문제인 세상에서, 마음챙김과 명상은 그 어느 때보다 실생활에 밀착되어 있는 중요한 개념이다.-298
대화를 나누기 전과 회의에 참석하기 전, 또 다른 형태의 접촉에 앞서 잠시 물러나 목적이 무엇인지 스스로를 점검해 보세요. 대화를 통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감정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목적을 지향하는 것이죠." 마음 챙김을 하면 하루 동안 사소한 목적을 정할 수 있고 하루를 마칠 때까지 축적되는 사소한 목적으로 말미암아 당신은 훨씬 더 생산적이게 된다.-310
나는 알코올 섭취를 다음 날 쓸 에너지를 미리 당겨 쓰는 것이라 생각한다. 다음 날 아침 당겨 쓴 에너지에 대해 이자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 측면에서 순손실이 발생한다. -335
음주가 다음 날 쓸 에너지를 당겨 쓰는 것이라면 카페인 섭취는 그날 몇 시간 후의 에너지를 빌려 쓰는 행위다. -337
매일 아침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은 그날 오후 같은 시간에 에너지 수위를 급격히 떨어뜨리는 행위다.-338
단순히 '컨디션이 안 좋아지니까 음주를 하지 마세요 ~' 말하는 것과, '음주는 다음날의 에너지를 당겨 쓰는 행위니까 하지 마세요'라고 하는 것은 나에게 다가오는 의미가 정말 다르다. 후자가 좀 더 위협적이고 손해가 느껴진다. 특이하게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 보다 생산성에 대한 측면으로 이야기했을 때 좀 더 손해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알코올은 멀리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배터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충전을 하는 것이 먼저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잘 충전하는 방법도 중요하다. 그 방법은 잠자기와 운동하기다.
운동은 뇌로 유입되는 혈류량을 늘려 정신적 성과와 창의성을 향상한다. 운동은 기분을 좋게 하고 우울감으로 인해 손상된 뇌 영역의 세포를 되살린다. -353
<운동화 신은 뇌>에서 존 레이티는 운동은 “뇌 기능을 최적화하기 위해 가져야 할 단 한 가지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말했다. -359
잠은 시간을 에너지와 교환하는 데 최선인 동시에 가장 단순한 방법이다. -373
주위 사람들이야말로 내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때까지 진행했던 모든 일에 의미를 준 것도 바로 사람들이었다. 사람들은 우리가 하는 일을 계속하고 더 많은 것들을 성취하도록 스스로를 독려하는 이유다. 사람들 틈에 있을 때 우리는 더욱 행복하고 더욱 일에 빠져들게 되며 더욱 생산적이고 싶은 소망을 갖게 된다. 사람들이 곧 생산성의 이유다.-401
인상적인 깨달음이었다. 이 문구를 읽고 곰곰히 생각해 봤다. 만약 동료들이 없고 친구가 없고 가족이 없다면 생산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 큰 의미가 있을까? 문득 생산적이고 싶었던 최초의 동기가 떠올랐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그것이 나의 생산성에 대한 최초의 동기였다. 그걸 이루기 위해 나는 해야할 일을 생산적으로 잘 처리해야했고 내 시간을 확보해야했다.
결국 인생은 ‘한정된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매일 아침 옷을 고르는 시간도 아까워서 검은 목티에 청바지만 입고다녔던 스티븐 잡스의 경우는 극단적이긴 하지만 그가 얼마나 에너지를 소중하게 여기고 그 에너지를 본인의 일에 집중시켰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나의 소중한 한번뿐인 인생을 위해서 무엇이 중요하고 아닌지를 구분하며 살아가는 것이 결국에는 생산성의 목적이다. 왜 생산적이여야 하는지 알고싶은 사람과 생산성을 높히는 방법을 찾고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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